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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숲슨]기억만큼

BGM: 충사 OST 増田俊郎-04 約束+빗소리




[숲슨]기억만큼


또록 또록 떨어지는 소리가 방울의 흩어지는 소리 같았다.

클락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터져나오듯이 흩뿌려지는 빗방울의 소리를 들었다. 추락하듯이 떨어져 비산하듯이 흩어지는 소리가 유독 가슴이 아린 이유는 몰까?

"슈퍼맨-?"

탁하니 갈라져 숨쉬기 힘든 듯이 흩어지는 목소리가 유독 귀에 잡혔던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그냥, 그냥 아리고 손에 닿지 않을 듯이 흩어지는 빗방울과 같아서 클락은 애써 웃음지으며 '그 아이' 앞에 내려앉았다. 깨진 헬맷 사이로 찌푸려진 인상이 그대로 보인다. 납 섞인 건물 사이에서도 맑게 보이는 하늘이 보이는데도 네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구나. 그것이 클락은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아이의 몸은 여전히 그에게는 한결 같이 가벼웠다. 섹-하고 터져 나오는 숨결을 마지막으로 기절하듯이 정신을 잃는 아이를 어찌해야 할까- 그의 머릿속에 친우와 친우의 다른 아이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누구 하나 올바른 답이 없다는 것을 쉬이 깨달았다.

조곤조곤 안아드는 손길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


"-클락..."

조금 쉰 듯도 하고 피로에 갈라진 듯도 한 목소리를 순식간에 캐치한 클락이 물컵 한 잔을 들고는 그, 제이슨에게 다가왔다.

따뜻한 물이 입술 바로 아래에서 찰랑였다. 제이슨은 그 익숙하면서도 절대로 적응되지 않는 다정함에 숨을 삼키듯 입술을 축였다. 다정함을 담은 물이 입술을 축이고 목을 적셨다. 아, 그래. 그 클락 켄트라는 이름의 외계인은 제이슨의 기억 상으로 언제까지고 '좋은 사람'이었다. 정말이지 질릴 정도로 다정해서... 그게 문득 문득 숨이 막히고는 했다.

"제이슨."

이번에는 위험했어.하고 말해오는 새파란 눈에 다정함이 함뿍 담겨 있어서 제이슨은 언제고 숨을 삼켜야 했다. 제이슨이 발을 담근 길은 언제고 위험할 뿐인 길이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언제 마지막일 지 알 수 없다.

그보다 먼저 혹은 후에.

제이슨의 청록빛을 머금은 파란 눈이 깜박였다. 클락은 숨을 들이키며 안타까워졌다. 조금은 울 것도 같았다. 망울질 것 같은 울음을 삼키며 조심히 침대 맡에 앉아 잔상처가 난 이마를 더듬으며 제 기억 또한 더듬어갔다.


어렸던 제이슨, 16살이 채 되지 못 하고 지고 말았던 그 아이.

조커라는 재난을 만나 허물어져 난파되어 버린 날지 못 했던 아이가 그의 눈 아래에 있었다. 그건 이상한 기분이다.

아까 마냥 애써 웃음을 짓자 뒤척이며 일어난 제이슨이 그의 목에 손을 두르고 입을 맞춰왔다. 아이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여상하게도 익숙하게 맞닿은 입술이 익숙지 않아 클락의 파란 눈이 이지러졌다.

축축하게 핥는 입술은 이제 능숙하게 그의 입술 사이를 벌리고 맞물리며 혀가 엉켜들어왔다. 입술이 닿는 것 만으로도 어색해 했던 아이는 그 천천히 나아가야 했을 과정을 송두리째 뿌리 뽑은 것 마냥 성숙해져서 클락의 앞에 나타났다. 그건 꽤나 서러운 기분이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의 성장 과정을 빼앗긴 것처럼. 농부가 수확기를 빼앗기고 잔재만을 받았을 때처럼.

아니다. 제이슨은 제 자식도 수확물도 아니지만.... 축축하게 맞물리는 입술을 따라 핥고 얉게 붕대가 둘러진 몸을 더듬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박동하는 몸이 기억에서 만큼 활기차지 않았고, 활기가 넘쳤다. 클락은 그 간극에 숨을 들이키며 숨이 부족한듯 눈가를 찌푸린 제이슨을 놔주었다. 토하는 숨이 조금 거칠었고, 만져지는 복근이 깊게 헐떡이며 떨려왔다.

익숙하고도 익숙하지 않게 제이슨은 단단한 크리토니안의 목을 감싸 안았다. 손바닥 안으로 느껴지는 촉감과는 달리 단단한 목은 그가 아무리 힘을 주고 비틀어도 절대 다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단한 강철의 그것은 어렸던 제이슨이 껴안았던 것보다 크지 않아 한 팔에 휘감겨졌다. 제이슨은 그 간극에 웃음지어 버렸다.

"-제이슨?"

촉촉, 그나마 상처가 덜한 목덜미에 입술을 내리묻으며 웃음의 떨림을 맡은 클락이 의문을 표하자 제이슨은 숨을 삼키며 말했다.

마치, 오늘 떨어진 빗방울처럼 토하듯이 의미없이 말이다.

"그냥..."


"그냥 기억만큼 멀지 않아서..."


클락이 그 말에 웃음지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클락도 제 기억만큼 싸늘하지도 작지도 않은 아이를 말없이 좀 더 품에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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