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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숲뱃숲]평화로운 하늘

알람런/살찐호박님: 숲+뱃 공수 상관없는 같이 식사하는 연인들


bgm: パスピエ(파스피에) - 最終電車(마지막 전차)


점심시간 따위!!!




[숲뱃숲]평화로운 하늘


팔짝 아이가 뛰어다니는 공원 한쪽에서 덩치 산만한 사내 둘이 처량맞게도 앉아 있었다.

안경을 쓰고 제 큰 덩치보다도 큰 옷을 입은 덥수룩해 보이는 사내와 그런 사내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도 몸이 길쭉하고 얇게 보이는 핏의 정장을 한 껏 차려입은 사내 둘은 멀뚱히 공원 한 쪽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을 구석을 차지하고 정장이 아깝지도 않은지 풀밭 위에 주저 앉아 있었다.


"...허-"

"...음......."


살짝 멍하게도 꺄륵 거리며 공원을 가로지르듯 뛰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둘은 평소와는 맞지 않게 갑작스러운 한가로움에 허탈하게만 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고, 어딘가에서 폭발 소리가 터져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있는 센트럴 시티는 매우 그 도시의 영웅과 닮아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런 소리를 들을 일이 발생할 일도 또는 있었다 해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는 했다.

그래, 마치 플래시처럼....


"어...음, 브루스. 식사는 했어요?"


어색하게 웃으며 묻는 꼴이 딱 캔자스에서 막 올라온 시골 청년이어서 브루스는 애써 올라왔던 긴장감이 와라락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하아- 깊은 한 숨이 평소 그였다면 채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한 거름 걸러져 나왔을 터이나 오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감없이 밖으로 터져나왔다. 그 차이를 아는 클락이 턱을 긁적이며 조금은 곤란하게 조금은 당혹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즐겁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언제나 딱딱한 얼굴을 하거나 한 겹의 단단하고 두터운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하는 그 모습들을 알기에 카울 아래로도 단단해야 했던 그 얼굴들을 알기에 가감없이 터져나오는 한숨이 어떻게 보면 반갑기 마저 한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배가 고픈가, 클락."


턱- 제 손 위에 턱을 괴고 눈을 가늘게 뜨는 모습이 가히 지금 상황이 그의 마음에 들지않는 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수퍼맨의 초인적인 능력의 꽤 많은 부분이 어제 빌런과의 전투로 현재 일시적이나마 무력화되었기 때문이며 그 뒷바라지라면 뒷바라지를 잠시 잠깐 배트맨이 정신을 잃은 사이 리그원들끼리 무슨 말이 오갔는지 이 둘을 센트럴 시티에 홀랑 버려둔 것이다! 무려 그 배트맨의 유틸리티 벨트며 각종 예의 '장난감'부터 휴대폰조차 싹 가져가 버린 터라 브루스로는 분노를 넘어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그건 그의 추리상으로 이 뒤에는 알프레드와 딕의 조력이 있을 것이 확실하여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어서 지금... 어느 아침 일어난 호텔 밖으로 나와 딸랑 한 푼 돈도 없이 어이없게도 그 천하의 배트맨과 수퍼맨이 처량맞게도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러니 이런 물음이 나오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하하...어쩌겠어. 음...."


곤란하듯이 웃는 선한 얼굴이 이 상황에도 꽤나 평안해보여 브루스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그 대단한 수퍼맨도 아닌 클락만이 할 수 있는 일이이리라. 브루스는 순하게 웃으며 제 큰 정장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클락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잠시 뒤적거린 클락이 이내 짤랑거리는 동전소리를 내며 주머니에 몇 개의 동전을 꺼내 세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와는 맞지 않게 앙증맞은 동전들을 손바닥에서 하나하나 굴리는 폼이 꽤나... 그래, 꽤나 웃겼지만 동시에 평화로웠다.

어쩌면 이런 휴가같지 않은 휴가같은 시간도 괜찮을지 모른다고.... 약 나흘 간 철야를 했던 배트맨이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 채 풀리지 못 했던 피로들이 조심히 떠올랐다.


"오, 브루스. 딱 둘이 먹을 정도는 되네요."


해바라기 마냥 해사하게 웃는 얼굴에 브루스는 차마 그 돈으로 웨인사나 알프레드에게 전화하는게 낮다고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뒤에는 알프레드나 그의 아들들이 그가 돌아와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아 방해할 거란 몇 계산이 깔려있기는 했으나... 그래, 지금은 이 해바라기 닮은 외계인의 밝은 얼굴이 우선적인 이유라고 하도록 하자. 덩치와는 맞지 않게 팔짝거리는 발걸음으로 노점상에서 핫도그 2개를 사오는 모습에 브루스의 딱딱한 얼굴이 조금은 부드럽게 풀려 내려갔다.


마치 그 날의 새파란 센트럴 시티의 평화로운 하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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