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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슨]끝나지 않는 악몽1

민님 받아줘.



[브루슨]끝나지 않는 악몽1


가끔 잠을 자기 어려울 때가 있다.

아니다, 가끔이 아니다. 제이슨은 제 얼굴을 거칠게 부비며 거울을 보았다. 헬멧 아래에만 있던 얼굴이 헬슥해져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숨이 조금 모자른 듯 느리게 쉬다가 급하게 토해낸다.

아니야.”

죽지 않았어. 두에 붙을 말을 삼키며 헛웃음을 토해냈다. 누가? 뒤따르는 질문에 많은 게 얽혀왔다. 떠오르다 침몰하는 감정이 한데 엉켜 표현할 수 없게 일그러져 버렸다.

이건 사랑인가, 증오인가 그도 아니면 체념인가?

너무 어려웠다. 차라리 어렸던 제이슨이라면 몇 달, 혹은 몇 년 전의 제이슨이나 로빈이 되지 못 했던 제이슨이라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우웩-”

금새 올라오는 헛구역질이 그의 현 몸 상태가 최악이라는 것을 알렸다. 그게 뭐? 평소라면 생각지 않을 무신경한 자기관리가 튀어나왔다. 정말로 한계였다.

세면대에 시큼한 위액 섞인 침을 뱉으며 제이슨은 다시 한 번 거울을 보았다. 죽은 것 같은 눈동자의 초점이 헛돌았다.


———


익숙하고 습관처럼 방아쇠를 당긴다. 몸에서 풍기는 화약내가 곳곳에서 지독하게 토해져 나온다. 근처에서 터진 것 같은 폭음이 멀다. 제이슨은 익숙하게 빌런의 머리를 뚫고 있었지만 제 감각이 멀게 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안한 감각이었다.

선명한데도 너무 멀었다.

-레드, 뒤로 빠져!

누구의 목소리였더라? 판단이 흐렸다. 그냥 들리는대로 몸을 돌리는데 제이슨은 깨달았다. 평소보다 그의 반응이 굼떴다. .하는 깨달음은 언제나 늦었고, 그의 등을 폭발이 거칠게 밀었다. 붕 뜨는 감각보다 퍽하고 날라오는 파편만이 가깝게 느껴졌다. 쿵하는 소리도 들렸던 것 같다.

제이슨은 깨진 핼멧 사이로 화마를 보았다. 그 사이로 검은 것이 내려왔다. 악마를 닮은 그림자가 일렁인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제이슨은 잠이 안 올 때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이 현실이야말로 지독한 악몽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리도 가혹할까. 가끼이 다가온 그림자가 컸다. 제이슨의 몸을 감쌀만큼 컸다. 제이슨은 눈을 감았다. 기겁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브루스, 당신은 알아요? 당신은 정말 비겁해요.


———


제이슨에게 가장 큰 악은 뭘까?

부모? 조커? 그도 아니면 자신의 어리석음? 전이었다면 제이슨은 아무렇지 않게 조커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이슨은 흐리게 떠지는 시선 사이로 익숙하지만 어색한 천장을 보며 조소했다.

그의 짧은 인생은 너무 많은 것이 홍수처럼 퍼부어져 가쳐 있었다.

부모의 학대, 죽음, 강제적인 자립을 넘어 역사적인 당신과의 만남, 인연, 파트너와 생모의 존재, 그 배신과 폭음, 조커, 원치않은 부활, 깨진 믿음, 불신으로 핀 증오, 확신이 필요한 애정

그 이상 넘쳐나지 않았으면 좋았으려만.

흐린 시야를 깜빡이자 있었는지 모를 검은 인영이 보였다. 피곤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기가 막혔다.

제이슨에게 가장 큰 악은 무언가? 벗어나지도 들어가지도 발을 뺄 수도 넣을수도 없이 그를 고담에 옭아매는 그 것은 무엇인가? 그건 그 무엇도 아닌 브루스당신이다. 살인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죄가 아니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옥에는 분명 제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리라.

제이슨은 삐걱이는 몸을 추스를 생각도 않고 끼그덕끼그덕 몸을 일으켰다. 둔탁하게 아픈 등을 구부정하게 만 채 침대에서 상체를 들자 답지 않은 브루스의 모습이 보였다. 딱히 기울이지 않아도 보이는 고동과 날숨과 들숨이 제이슨을 어지럽게 했다.

빈혈끼인지 도는 시선에 겨우 시선을 떼며 제이슨은 생각했다.

부활과 라지라스 핏으로 강제로 이어붙인 정신의 그릇에 홍수가 났다. 채 담지 못한 것들은 그 이어붙인 그릇 새로 위로 넘치고 새서 제이슨을 흔든다.

브루스의 죽, 아니 실종.

제이슨은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제이슨

언제 눈을 떴는지 어딘지 애절하기 까지 불러오는 목소리가 가증스럽다. 제이슨은 숙인 고개를 들 생각도 없이 이불 위 널부러진 질린 손을 보았다.

당신의 죽음 같은 실종은 치명적이었다.

기이한 허망함과 허탈감과 상실감이 제이슨을 끈임 없이 갉아먹었다. 그건 불현듯 잊을 만하면 튀어나왔다. 브루스는 죽었나? 아니, 살아있다. 그럼, 나는? 그런 확인을 하는 순간 제이슨은 이성을 잃고 총을 쏘고 싶어진다.

제 목 아래에 혹은 관자놀이나 입 안에다 총구를 대고 쏘고 싶다. 사각사각 껍질을 깎고 안을 갉아먹는 시간과 생각은 악몽이었다. 잃는다는 감각은 그렇게 끔찍했고, 상실의 탄력은 그렇게 지독했으며, 그리고 그것을 실감했을 때에는 기가 막히게 역했다.

브루스.”

나사가 빠진 듯 일어나 움직이지 않는 제이슨에 알프레드를 급히 부르던 브루스는 칼칼한 그 부름에 제이슨을 돌아보았다. 헬멧에 가려져 보지 못 했던 얼굴이 더 헬슥해져 있어 그의 속을 긁어내렸다. 답을 주지 않고 주전자의 물을 따라 건내는 손에 제이슨이 물끄러미 그를 보았다.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브루스는 불안해져갔다.

당신도 나만큼 아팠나?”

건조한 의문은 제이슨의 이름만을 부를 수 있는 브루스에게 힘겨웠다. 들지도 않은 고개 아래에 어떤 파란 눈이 있을지 브루스는 감히 두려웠다. 언제나 그랬다.

브루스는 제이슨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어려웠고 무서웠다. 공포로 군림하는 그가 무서웠다. 물잔 속에 비춰지지 않은 그 눈이 브루스의 등을 서늘하게 했다.

숨쉬기 힘든 침묵이 깔렸다. 브루스는 말을 골랐다.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너만큼 아팠단다? 그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 많이 아팠단다?

-달칵

, 일어나계셨군요, 제이슨 도련님.”

제이슨을 부탁해요, 알프레드.”

들어오는 알프레드에 브루스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숙이고 있던 제이슨의 눈이 어느새 그 등을 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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