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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슨]제이슨 토드 실종사건4

한울님 썰 기반



[브루슨]제이슨 토드 실종사건4


숨을 삼키고... 내뱉으며 간신히 방 안에 덕지덕지 붙은 사진들과 일지들 중 몇 개를 떼어 수거한 브루스의 손은 조금 떨고 있었다. 스윽 카울 랜즈로 투시해 본 방 안은 합금이라도 썼는지 방 너머로 보이지 않았지만, 스피커를 올린 귀로 문 너머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치직거리며 들리는 소리에는 곤혹스러움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뭐가- 잘---- 젠ㅈ-----! 이래서- 지원그--- 죽으---]


D로 시작되는 단어가 들렸을 때 어땠더라? 브루스의 머리 안에는 제이슨의 사망 확인서에 싸인을 하던 당시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죽음을 확정짖던 첫 순간이 아이일지는 몰랐고, 또... 또? 카울 아래로 파란 눈이 껌뻑이며 어둡게 가라앉았다.


-B. 곧 도착할 것 같아요!

다급히 들리는 통신에 숨을 들이킨 브루스가 조심히 소리가 들리는 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문의 보안장치를 해킹하며 얼핏 덤덤하게 말했다.

"나이트 윙. 오거든 바로 창고에 있는 수혈팩을 수거해줘."

-수혈팩?

"Yes..."

만약... 만약 그 피 전부가- 띠딕,하고 보안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울렸다. 방 안에서 움직이던 이가 움찔 멈추다 다시금 다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문을 여는 손에는 다급함이 들어있었다. 눈을 깜빡이며 생각이 이어졌다. 그 피가 전부-

"오...오, Sir. 잠시..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방 안에는 하얀 가운에 피를 군데군데 묻인 남자가 등을 보인 채 다급하게 주렁주렁 달려있는 링거에 주사로 약을 추가하고 있었다. 스윽, 둘러볼 것도 없이 새 것으로 보이는 각종 고가의 의료 기계가 방의 벽에 다닥 다닥 붙어 남자 외에 방 가운데 누워 침대 위에 있는 이와 연결되어 심박과 생체 바이탈 등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누워 있는 이는....

"후우.. Sir, 이렇게 연락도 없이 오시면..."

조심스레 말 끝을 흐리며 몸을 돌리는 남자 뒤로 성큼성큼 다가간 브루스의 손이 얼핏 그 남자의 목을 잡을 듯 움직이다 이내 빠르게 헤드락을 걸어 기절시켰다. 컥-하는 소리도 없이 허약한 사내에 숨을 들이킨 브루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손을 놓자 옆으로 쓰러진 남자를 두고 브루스는 급하게 제 카울을 벗으며 뒤돌아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바닥에 있는 양동이가 그의 발에 쓰러지며 고여 있는 누군가의 피가 한 웅큼 바닥으로 쏟아졌다.

휙-하고 다가온 브루스의 눈에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하얀 앞 머리카락이 섞인 머리가 보였다. 그가 마지막에 봤던 것보다 긴 머리카락을 보다 침음성을 삼킨 브루스의 손이 급하게 눈 위에 씌워져 있는 장치를 벚겼다. 옅게 감은듯 떠져있는 흐린 초점의 녹색이 섞인 청안에 숨이 막혔다. 조심히 장갑을 벚은 손으로 닿은 뺨은 빛이 잘 닿지 않았던 제 손보다 창백했고 마치, 차게 식은 것 마냥 온기가 없었다.

도닥도닥 볼을 두드리던 손이 점점 급하게 볼을 건들며 꿈 속에 잠긴 이를 깨웠다.

"제이..제이슨, 제이슨!"

터져나오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불안감이 담겨 있었다.


---------------------


제이슨 토드의 세계가 흔들렸다.

눈을 껌뻑이며 흔들리는 시야를 보던 제이슨이 이내 불안하게 웨인 저 저편을 보았다. 그 안에는 데미안이 불퉁하게 웃는 딕의 다리를 차고 있었고, 팀이 한숨을 쉬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고, 알프레드는 일상처럼 그들의 빈 잔에 차를 채워주었다. 그들 사이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브루스가 보인다.


제이슨은 다시 눈을 껌뻑였다. 그는 세계가 흔들릴 때마다 알고 있었다. 이 세계는 제가 만든 세상이라는 것을...그리고, 동시에.


감았던 눈을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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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볼이 조금 붉어지고 나서야 흐릿하게 깜빡여 떠진 눈이 브루스의 새파란 눈과 마주치더니 본 적 없는 해사한 맑은 웃음을 지었다. 우뚝, 멈춘 볼 위의 손에 얼굴을 부비듯 댄 청년의 입에서는 이제는 듣지 못 할 달큰함이 섞인 음성이 토해졌다.

"브루스... 아버지."

다시 잠기듯 감기는 눈에 브루스는 잠시 딱딱하게 굳었다.

등 뒤로 누군가 오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꽤 굳어있었을지도 모른다. 브루스는 제 이름을, 아버지라 부른 제이슨을 내려보다 이내 그 몸을 가린 하얀 천을 걷어 내었다.


".......No.."

옅은 신음성이 따라 나온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체의 몸뚱아리에 남은 흔적은 그에게도 또, 제이슨에게도 너무 가혹헀다.

묶여 있는 손목과 발목의 벨트를 잘라내고 다시금 시트로 제이슨의 몸을 감싸 안아든 브루스의 입에서 몇 번이고 탄식과도 같은 절망어린 숨이 토해졌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가벼웠었다. 커서는 그래도 그보다도 덩치가 좋아질 정도였는데....

"..브루스, 설마... 아니죠?"

챙겨온 아이스 박스에 한 아름 수혈팩을 쌓아 올린 채 들어온 딕이 불안히 물어왔다. 브루스는 차마 그에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뽑아낸 링거 자국에서 계속 흐르는 피마저 불안했다.


"뒤를 부탁하마, 딕."

"...브루스."

처벅처벅 신발 아래 묻은 피가 끈적하게 달라붙는 것 같았다.


*


웨인 저로 옮긴 제이슨의 몸 상태는 정말 딱 죽기 직전의 상태와 같았다. 아무리 영양제와 함께 관리를 했다고 한들 한 사람에게서 몇 팩이나 되는 피를 뽑아대고 수면 상태를 유지시켰으니 멀쩡한 것이 되려 이상했을 것이다.

우습게도 빈혈을 겪고 있는 제이슨의 몸에 그 몸에 뽑았을 피가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그도 아니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정도여서 브루스는 검사를 하면서도 몇 번이고 제이슨을 돌아봐야 했다. 꿈에 잠긴 그의 몸은 평안할 정도로 잔잔하게 뛰고 있어서 마치,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았다.

그 몸에 같이 돌아가는 스노우 드림이라는 약이 계속 거슬렸다. 해독제를 배합하는 손이 조금 신경질적이었다. 부산스러운 제 움직임에도 깨지 않는 제이슨의 평온한 모습이 그 브루스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탁탁- 주사기 끝을 두드리는 손이 너무나 좋은 꿈을 꾸기라도 하는지 잔 미소를 띈 얼굴에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천천히 링거 자국이 그득한 팔뚝에 애써 멀쩡한 곳을 찾아 꼿아 주입했다.

"브루스..."

조심히 다가온 딕이 브루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가 제이슨을 보고 일그러진 표정을 숨기지 못 했다. 뒤로 잠깐 팀이 보였다가 이내 왁왁거리는 데미안과 투닥이며 사라졌다.

딕은 어깨를 도닥이다 그가 구급상자를 쥐는 것을 보고는 슬며시 자리를 비켰다.


"......"

딕이 등 뒤로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브루스는 아직까지 제이슨 몸을 덮은시트를 조심히 잡아빼었다. 그의 손에 따라 끌려나오는 흰 시트 아래로 들어나는 제이슨의 팔 하나에 그득그득한 칼상과 꽉 묶였던지 손목에 붉은 자국이 보인다. 좀 더 빼자 이제는 뼈가 드러나게 메마른 상체가 보였다. 사각하고 다 빼내자 보이는 것은.....

"...제이슨."

몇 번이고 다시 부르는 그 이름에 자괴감이 섞여든다. 다리 사이로 말라붙은 허연 자국이 뭘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더욱 브루스는 암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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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의 세계가 점점 흐려졌다. 그것과 같이 그의 정신도 물컹한 상태에서 흐려진다고 느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밝은 웨인저와 브루스가 검은 천장과 브루스가 겹쳐보였다.


"제이슨-"


저를 부르는 두 개의 목소리가 동일해서 더욱... 흐려진 정신 사이로 걱정스레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이고, 원하는 이여서... 제이슨은 서글하게 웃었다.

아, 아직 그가 꾸는 세계는 끝나지 않았구나-하고 이상하게 기운없는 팔을 들어 그의 목을 잡았다. 움찔거리면서도 순순히 끌여오는 느낌에 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맞닿는 입술이.....


빌어먹게도 뜨거워서 제이슨은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어두운 배트 케이브.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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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은 입술이 차가웠다. 브루스는 아직도 꿈을 해매이는 듯한 제가 본 적 없는 표정을 짖는 제이슨을 밀어낼 수 없었다. 그 기운없는 손에도 옅게 부르는 제 이름에도... 닿아오는 입술에도.... 그 무엇도 밀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홉뜨이는 그 눈이 충격과 공포가 일었을 때는... 브루스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턱-하니 미는 손에 순순히 떨어지면서도 브루스는 걱정스레 제이슨을 보았다. 아이가 꿈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 없었다. 왜 그와 입을 맞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씨발....."

턱하고 제 얼굴을 감싼 제이슨이 한 번 제 입술을 더듬고 눈을 감았다 뜨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브루스를 보았다. 다시금 그 너머의 어두운 배트 케이브를 본 제이슨의 얼굴이 파삭 일그러지며 힘 없는 손을 덜덜 떨며 제 얼굴을 감쌌다.

"씨발!!! 콜록...씹..컥...크흡..."

격하게 나오는 욕설에 쓰지 않았던 잠긴 목에 무리가 갔는지 금새 밭은 기침이 섞여 터져나왔다. 브루스는 황급히 옆에 놓여있던 물이 든 컵을 들고 다가갔다.

"제이ㅅ-"

"콜록, 씨발-! 만지지 마요!"

채 그 컵이 제이슨의 손에, 닿기도 전에 내쳐져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에 조각나 흩어졌다. 떨어지면서 튄 물이 붕대로 감아놓은 허벅지 사이로 튀었다. 그 아래를 보던 제이슨이 하-하는 비린 웃음을 토하고는 다시금 배트 케이브를 보고 제 모습을 본 후 어쩔 줄을 모른 채 그의 곁에 선 브루스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 안온하기 까지 한 웃음을 짖던 아이는 그가 알던 시니컬하고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이로 돌아가 있었다. 브루스는 그 간극이 숨이 막혔다. 이글거리는 그 눈에 절망이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다.


"왜..."

제이슨 스스로 눈을 가린 손이 떨리고 있었다.

"왜 그대로 두지 않았어요."

"제이슨..."

"왜!!"

내려진 손 아래 투둑 마른 눈가로 떨어진 눈물과 함께 브루스는 제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아이는 처절하게 그에게 물었다.


"왜 그냥 죽게 놔두지 않았어요, 브루스!!!!"


으릉거리듯 절망에 차 묻는 목소리에 담긴 원망이 절절해서 브루스는 숨이 막혔다.

뚝둑 인상을 일그러트린채 우는 아이에게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채 브루스는 기운이 다해 숨을 할딱이며 제이슨이 다시금 기절하듯 잠이 들 때까지 그 자리에 못 박힌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의 아이가 죽음을 원하고 있었다.


[또, 늦었네요. 브루스.]


겨우 잠든 제이슨을 추스렸을 때 그의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그 환청이 다시금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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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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