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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슨]제이슨 토드 실종 사건3

한울님 썰 기반



[브루슨]제이슨 토드 실종 사건


"브루스? 왜 그래요, 브루스? 브루스!"

피곤한듯이 의자에 주저 앉는 모습이 영 심상치 않았는지 마침 배트 케이브에 있던 딕이 브루스를 연달아 불렀다. 그러나 브루스의 머리 속에서는 그 마담이 전한 소문이 둥둥 떠돌고 있었다. '분명, 죽은 것이 확인되었는데 어느 새 살아있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그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달아서는 섬뜻해졌다. 겉으로는 연신 브루스 웨인의 가면을 쓴 남자는 금방이라도 그 곳이 어디냐 추궁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어설프게 전달되는 소문을 물어물어 가야만 했다.

"오...제이슨."

"..브루스?"

손에 얼굴을 묻은 순간 탄식처럼 나온 암담한 이름이 기이할 정도로 절절하고 서글펐다.

그 모습이 가히 서글퍼 딕은 불안감이 전염되듯 파르르 떨고는 그를 보았다. 정말로 또 그들의 둘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


브루스는 악몽을 꾸었다.

그가 있는 곳은 버석한 사막 위였고, 그는 달리고 있었다. 헬리콥터도 장비도 제대로 없이 달리는 사막의 모래는 그의 발을 끈적하게 끌어들이고 있었다. 카울이 지독하게 무거웠다. 그의 눈 앞에 아른거리는 신기루 같은 창고에서 틱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1, 2, 3. 다시 3, 2, 1.

태엽마냥 돌아갔다 다시 돌아오는 바퀴마냥 들리는 소리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그러나 여전히 창고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헉헉 거리는 신음소리가 그 날 따라 무거웠다.

배트맨은 알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예상은 했었다. 그렇다면? 슈퍼맨을 그 때 불렀다면 어땠을까? 클락이라면 순식간에 그의 부름에 응답해주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애초에 그가 제이슨과 동행했더라면? 아이는 툴툴거리면서도 결국 따랐을 것이고... 그렇지만, 그의 친모는? 아니면, 평소 대화를 자주 했더라면? 좀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키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갖은 후회가 그의 머리에서 몰아친다. 푹푹 모르늪에 빠지는 발이 어느 순간 성큼 앞으로 나와 잇었다.


-콰앙!!


그리고 순서에 따라 터지는 폭발에 브루스는 부르르 떨었다. 어느 새 그는 배트 카울도 벗은 채 처참한 잔해 사이를 뒤지고 있었다. 이제 열기에 그을린 시체가 보일 차례였다. 그러나 그걸 안다 한들 브루스는 멈출 수 없었다. 찾아야 했다.

-턱!

"...헉헉."

가빠진 숨을 토하며 눈을 내리자 잔해 속에서 엉망이 된 초록 장갑을 낀 손이 제 팔을 잡고 있었다. 브루스는 그 손을 더듬더듬 간절히 잡았다. 엉망진창으로 이어진 꿈은 어느 새 그가 난도질된 아이의 팔을 잡고 있었다. 조심히 아이를 잔해 속에서 꺼낸 브루스는 숨을 들이켰다.


아이의 얼굴이 새까맣게 보이지 않았다.


"-제이슨?"

칼칼하게 터진 목소리가 이그러진다.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브루스는 더듬더듬 제 품에 안은 아이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의 손은 닿지 않고 새까만 어둠에 담겼다 빠져나온다. 흡- 숨을 들이킨 브루스가 눈을 깜빡이자.....


"......No,."


로빈의 옷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


허억-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난 브루스는 제가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분명, 배트 컴퓨터 앞에서 고담의 전산망과 CCTV, 그가 작동시킨 드론을 시시각각 수색하던 중이었다. 더듬더듬 얼굴을 문지른 브루스는 천천히 탁자를 더듬어 시계를 보자 반나절은 지난 시각이었다.

아마도 알프레드와 그를 걱정하는 이들의 짓이었겠지만, 그는 더욱 심한 피로를 느꼈다. 마치, 그들이 자신을 방해하는 것 같아 묵직한 숨만을 토해냈다. 폭짝 뛰던 아이의 얼굴이 새까맣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꿈 속에서처럼 로빈 옷만이 덩그러니 남은 것 같이 공허한 상실감과 공포가 올라왔다. 레드 후드..레드 후드가 된 제이슨의 얼굴은 어땠더라? 기억을 더듬은 브루스의 기억 그 어디에도 뚜렷하게 제이슨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붉은 헬멧만이 둥실 떠다니다가 이내 검게 칠해진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끔찍함에 침을 삼킨 브루스가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났다.


"아....."

발이 아래에 닿는 순간 브루스는 숨을 들이키며 무심코 깨달았다.

데미안이 그린 가족 초상화에도... 사진 어디에도 레드후드가 된 후의 제이슨과 찍은 사진이 없었다.


-------------------------


제이슨이 눈을 깜빡거렸다.

화면이 바뀌듯 바뀐 배경이 자연스러웠다.


그 안에 있는 웃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가 있었다.


더 이상 그의 꿈은 흐릿해질 지언정 흔들리지 않았다.

제이슨은 꽤나 기쁘게 그 안에서 웃었다.


-------------------------


뒤적거린 자료 사이로 나온 제이슨의 사진은 알프레드가 겨우 찍어둔 몇 장 뿐이었다. 그도 대부분이 로빈이었을 시절의 제이슨이어서 브루스는 사진 끝을 만지작거리다 헬멧을 쓴 사진 한 장과 아웃로와 찍은 사진에서 제이슨을 확대해 놓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아웃로 안에서 제이슨은 불투하지만 웃고 있었다.


"브루스..."

조심히 부르는 목소리에 서류를 덮은 브루스가 여상히 딕을 돌아보았다. 딕은 불안했다. 제이슨도 불안했고, 그 언젠가 제이슨이 죽었던 그 때 처럼 돌아가는 브루스도 불안했다. 쫒기듯이 제이슨의 행방과 사건을, 고담을 수색하고 뒤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를 재운 알프레드나 딕에게 한 소리 정도 했을 법한데도 그 시간마저 아깝다는 듯이 그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내려와 하던 작업을 다시금 착수했다.

딕은 그 이질감이 점차 무서워졌다


*


브루스는 뻐근한 눈가를 매만지며 배트카 시트에 등을 기댔다.

껌뻑이는 눈이 무거웠다. 스노우 드림의 뒤를 쫒아 가고 그 불상에 관해 실험한다는 곳을 찾는 과정은 그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렸다.

죽은 듯이 누워 자고 있는 사람과 깨어나기를 거부하는 사람, 깨어나자 마자 약을 찾아 구걸하는 이, 꿈과 현실을 혼몽하는 자..... 역한 구역질과 함께 끔찍한 가정이 그의 머리를 맴돌았다.

피곤해 감은 눈에 어느 새 흐릿한 꿈의 경계를 밞았다.


-브루스.

조근조근하면서도 통통 튀는 것 같은 부름에 브루스는 고개를 돌렸다. 까맣게 칠해진 얼굴의 로빈이 그에게 웃고 있었다. 뭐해요?하고 묻는 물음에는 웃음기가 들어 있었다. 통하니 딕과는 달리 날렵하게 뛰어오른 아이가 어느 순간 붉은 헬멧을 쓴 청년이 되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아이인 레드 후드가 헬멧을 벗었다.

"아...."

탄식어린 소리가 브루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헬멧 아래로 아무것도 없었다. 저도 모르게 뻗은 손 안으로 넘어지듯이 헬멧을 벚은 몸이 기울어져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시 그의 품에는 덩그러니 로빈 옷만이 남아 있었고, 흩어지는 붉은 피보라같은 연기들이 그에게 속삭여 왔다.


-또 늦었네요, 브루스.



"헉!"

번뜩 눈을 뜬 브루스는 뒤적뒤적 배트카 내에 있는 해독기를 찾아 뒤집어 썼다. 아무래도 스노우 드림을 쫒던 중이라 그 영향을 조금 받은 것 같았다.

그런 것 치고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꿈이었지만...

-B?

"오라클."

-오, 마침 항구 근처네요. 항구 창고 쪽에서 스노우 드림 제조하고 있다는 소식이에요.

낭랑하게 울리는 오라클의 목소리에 멍한 정신이 깨는 것 같았다. 배트맨의 눈이 다시 기민하게 반짝였다. 세게 움직이는 배트카에 바람이 칼날마냥 날카로워진다.

브루스의 머리에서 계속 꿈 속에서 속삭이던 소리가 울렸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창고 하나를 습격한 브루스는 뜻밖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스노우 드림을 대량으로 사가는 녀석이 있었다고... 그 뒤를 차근차근 치밀하게 쫒은 브루스가 도착한 곳은 페허로 보이는 무너지기 직전의 창고 지하였다. 고민하다 오라클에게 지원을 넣은 그는 다른 이들이 오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갔다. 숨겨진 지하 통로 안에는 싸늘한 냉장고가 먼저 그를 반겨주었다. 슥 둘러본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혈액 팩이었는데 성별 이름 같은 것 하나 써 있지 않고 꼴랑 날짜만이 써져 있었다. 그 중 최근 날짜와 가장 오래 된 날짜의 혈액팩을 챙겨들며 그 안에 누군가 있는지 샅샅이 둘러보았으나 꽁꽁 숨겨져 있던 것과 달리 감시 카메라 마저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빌런인 것일까? 인상을 찌푸린 브루스는 이내 피를 조금 빼 DNA 검사를 돌리며 냉장고 반대에 이어진 문을 향해 걸어갔다. 소리도 없이 걸어가는 중에 검식은 빠르게 돌아갔다.

달칵-하고 비밀번호만이 간단히 있는 문을 해킹해 조심히 연 브루스의 코 끝으로 비린 쇠냄새와 오래된 공기의 냄새가 퍼졌다. 띡-하고 감식이 끝나 펼쳐지는 정보와 열린 방 안의 모습에 브루스는 굳어버렸다.


그의 귀로 어린 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귀기어린 조커의 웃음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들리는 짧은 문장.


[또 늦었네요, 브루스.]


-감식 결과 : 신원 미상-제이슨 토드/레드 후드

방 안에는 온통 그에게 없는 제이슨의 죽은 듯이 자는 사진과 실험일지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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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모브슨 수면떡을 생각한 나에게 치얼스.....0p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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