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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딕슨]그레이슨과 토드 사이4

..그냥 이걸 원고로 할까 싶을 정도가 되어가, 한울님.

분명 한울님에게 써주기로 한 건 그냥 배포본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단편으로 끝나지 않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왜죠?/겅덩 지진



[딕슨]그레이슨과 토드 사이4


제이슨은 헐떡였다.

"망할...."

토해지는 욕설이 의외로 낮설다. 핫!하는 비웃음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3년... 3년 정도 되는 시간 사이에 아이는 뱃 속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제이슨에게 영향을 미췄던 것이다. 제 얼굴을 더듬는 손이나 그 손 아래이 얼굴이나 제이슨은 낮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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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은 울다 지쳐 잠든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찾아온거지? 뒤를 언제부터 밟힌 거지? 아니, 어째서 지금에야.... 생각의 꼬리가 길어지자 제이슨은 손을 들어 슬그머니 아이의 말랑한 볼을 쓰다듬었다. 옹알이하듯 웅얼거리는 아이가 제이슨의 손을 꼭 잡아왔다. 그 온기에 제이슨은 설핏 웃었다가 금새 얼굴을 굳혔다.

"....."

툭- 아이의 볼을 조심히 찌른 손가락에 잡고 있던 작은 손이 떨어져 내려 이불을 움켜쥔다.

아이에게는 일정한 거주지가 필요했다. 안전하고 안온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완벽한 거주지가 필요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방황하듯 옮겨다니는 방랑객의 신세가 아니라...


"하-!"

감자기 제이슨은 어처구니가 없어져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않은가? 막 아이가 생겼을 즈음에는.... 제이슨은 제 손에 얼굴을 묻었다. 요 근래에 제대로 총을 잡을 일 없었던 손은 굳은 살이 사라져 말랑했고, 손바닥 안의 얼굴은 그 어느 날 같이 달고 살던 잔상처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이건 너무하지 않냐, 망할 그레이슨...."

툭 얼굴을 감싼 손 중 하나가 침대 위로 떨어져내렸다. 마치, 포기한 제 모습같아 그 마저도 제이슨은 속이 쓰려왔다. 꾸물꾸물 거리는 아이의 손 끝이 닿았다.

눈을 가리던 손을 땐 제이슨의 눈에 발갛게 부은 아이의 감은 눈이 보였다.


"......하..."

빌어먹을 토드.... 중얼거린 욕설은 아이에게 닿지 않게 아주 작았다.


*


제이슨이 막 아이를 가졌을 무렵 일이다.

제이슨은 고민했다. 테스트기를 살 때만 해도 낙태하려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제이슨은 두 줄이 나온 막대는 그에게 막 생겼을 씨앗보다도 작을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평소 그였다면 무시했을 법도 했으나 화장실 벽에 기대어 막대를 보는 제이슨의 눈이 아이의 아버지일 것이 분명한 사내의 얼굴을 더듬더듬 떠올렸다.


"...허?"

그리고 아슬하게 이어진 각인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제이슨의 얼굴이 파삭 일그러졌다.


"Hey, 제이제이 버드! 맥주...우풉..악! 야, 뭐하는 거야!!"

로이가 제게 날라온 딱딱한 봉다리를 기겁하며 받으며 저기압의 제이슨에게 버럭 화를 내다 이내 다시 쇼파에 누워 봉다리를 뒤지며 맥주를 찾았다. 그런 로이를 뒤로 한 제이슨은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벽에 머리를 한 번 세게 박았다.

"워어..미친! 제이, 너 어디 아프냐!!!"

문 밖으로 들리는 로이의 당황어린 말에도 제이슨은 다시 한 번 벽에 머리를 박고 신경질적으로 발로 벽을 다시금 찼다. 밖의 로이가 뭐라뭐라 더 하는 것 같았으나 제이슨은 인상을 찌푸린 채 제 배를 만지작거렸다.

각오했던 것이 무색하게 결국 낙태를 포기한 제이슨은 제 배를 다시금 만지작거렸다.


죽었다 부활한 몸. 라지라스 핏에서 소생된 흔적. 알파에서 열성 오메가가 된 체질. 


그 모든 게 제이슨의 육체를 말했다. 한 마디로 정상일 리 없는 몸이었다. 다시금 배를 만진 제이슨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알파가.. 물론, 죽기 막 직전 쯤에 알파로 각성할 듯 했었던 그였지만 그렇다고 알파가 오메가가 되었다고 쉽게 모성애나 임신에 대한 욕구, 알파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실례로 제이슨은 딕과 자기는 했지만, 딱 히트 사이클 때 외에는 드물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 있는 우성 알파들에게도 그런 욕구는 커녕 반대로 알파끼리나 느낄 반발심마저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도.

제이슨은 제 배 위에 둔 손을 치울 수 없었다.

만약, 딕이 알면 어떻게 될까? 그 외에 다른 웨인 가 사람들이 안 다면? 하-하는 기막힌 웃음과 함께 제이슨의 얼굴에 짙은 체념이 일렁였다. 그건 세월에 따라 쌓인 체념과 포기에 가까운 인정이었다.


꾸욱 누르는 손에 배가 아팠으나 어느 순간에는 탁 하니 힘이 풀려버렸다. 무의식적으로 풀린 힘에 제이슨은 눈을 껌뻑이며 뒤 돌아 문을 바라보았다 이내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삭막하기 그지 없는 방이지만 그나마 아웃로의 기지 내의 방은 꽤나 이것저것 있는 편이었다. 그런 삶이었다. 제이슨의 삶은.


꾹 다문 입술과 일그러진 눈이 흔들리다 이내 흐릿했던 각오를 내리누르고 마치, 어린 날의 그 독기와 같은 다짐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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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쏘아진 총알은 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정확히 빌런의 정수리를 뚫었다. 끈적한 피가 제이슨의 얼굴 위로 쏟아지듯이 튀었고 그에 기겁한 그 빌런의 동료들이 한달음 도망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 모습이 고담과는 다르구나..해서 제이슨의 입에서 다시금 쓴 웃음이 비져나왔다.

아이를 쫒아온 딕이 앉는 것 까지 멀리서 확인한 제이슨은 마치 선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단축시키듯 굴리는 몸은 부풀었던 살을 빼고 다시 빽빽히 근육으로 교체되어 가고 굳은 살이 사라진 손은 쉬이 터져 딱지를 만들고 새로운 굳은 살을 만들어 갔다. 얼굴 위로 난 자잘한 상처를 한 번 쓸은 제이슨은 툭툭 죽어버린 빌런의 시신을 발로 찼다.


웃긴 것은...

제이슨의 신원이 없기 때문에 그가 얼굴을 이렇게 까발리고 다녀도 그의 이름 하나 제대로 알 수 있는 이들이 없어 이 곳에서조차 얼굴 위에 튄 피 때문인지 레드 후드라고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어이없음에 토해지는 웃음이 메말랐다. 멀어진 아이만큼 제이슨은 어느 새 제 속에서 비어지기 시작하는 공간을 느꼈다.


그저 하는 것 없는 나날이었는데도 딕을 닮은 아이는 어느 새 그만큼 제이슨의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서럽게도 제이슨은 그 사실을 떨어지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씨발-!"

퍽-차는 발길질에 시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뒹군다. 우당탕 구르는 시신의 끝을 쫒아 그림자 안에 시선을 둔 제이슨이 눈가에 튄 피를 훑어 닦으며 다시금 자기에게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토드는 안돼.. 토드는."

망할 토드는 안 된다.


*


어디서 들었는지 언급되는 고담과 배트맨의 이름에 제이슨은 다시금 붉은 헬맷을 썼다. 그의 얼굴을 봤던 이들은 희미했던 얼굴의 윤곽 대신 헬멧의 모양과 뒤집어 쓴 피로 기억을 덮씌워가기 시작했다.

제이슨은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이 고집쟁이 그레이슨이 아직 제 뒤를 쫒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왜?


그 의문만이 강렬하게 제이슨의 머리를 차지했다. 아직 그도 딕도 놓지 못한 가느다란 각인이 아슬하게 이어져 있는 가운데 그 의문은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올라왔다.

왜? 왜 자신을 계속 쫒는가? 왜 고담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어째서... 어째서 포기하지 않는건지... 제이슨은 코 끝에 스치는 난폭한 알파향을 쫒아 골목 툼새로 뛰어 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처음에는 아이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멍청한 그레이슨이 과연 아이를 잘 돌볼지에 대해 생각하다 이내 저보다는 잘 돌볼거라 쓴 결론을 내리고 나자 드는 의문은 오랫동안 제이슨을 괴롭히던 의문의 한 가지였다.


자기를 대신할 아이가 있는데?


그렇다, 제이슨은 아이를 보며 제 얼굴을 빼닮은 모습에 가끔 드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배트맨의 오점, 웨인 가의 탕아, 못된 로빈... 그러나 이 아이는 아니었다. 제 얼굴을 닮은 아이의 얼굴을 만질 때마다 제이슨은 무심코 드는 그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딕이 왜 따라오는지에 대해서....


탁- 닿은 곳은 난장판이었다. 어떤 멍청한 알파 녀석이나 베타 녀석이 오메가 발정제나 향수라도 깨트렸는지 자극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오메가 하나 없는 곳에서 깨트린 멍청한 것들은 그 냄새에 발정나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제이슨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이를 낳은 후 강제로 처음 찾아오는 히트 사이클이었다.

열악한 제이슨의 오메가 향도 오메가라고 게게 풀린 멍청한 것들은 붉은 헬멧에도 불구하고 덤벼들었다. 결론은 결국 처절한 손짓발짓 속의 시체 더미였지만, 제이슨은 지쳤다.

더욱이 용케도 쫒아오는 익숙한 바다향에 숨마저 쉬기 힘들었다.


나타난 딕 그레이슨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이제 그만 쫒아와, 그레이슨."

내뱉은 말은 생각보다 딱딱했고 멀쩡했다. 왜 따라오는지, 어째서 돌아가지 않는지, 혹은 뭘 원하는지 더 이상 생각하기도 고민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림자 아래 잘 보이지 않는 잘난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짖는지 제이슨은 이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림자 아래의 발이 움직이고 그 앞에 총알을 박아 넣은 것은 반쯤 반사적인 일이었다.


"더 이상 신경쓰지 마."


토해내는 말과 함꼐 그림자 안으로 들어간 제이슨은 잡지 않는 손에 안도와 함꼐 염증을 느꼈다.

이제 정말로 돌아갈 시간인 것 같았다.


그 레드 후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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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 미친, 길어어어!!!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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