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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딕슨]그레이슨과 토드의 사이3

넷북은 매우 좋은 아이야...ㅇㅇ





그레이슨과 토드의 사이3


제이슨이 남기고 간 아이의 용품을 챙기자 어느 새 깨어난 아기가 불안한 듯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파란 눈이 절 닮았다는 것을 딕은 금새 알 수 있었다. 녹색 섞인 제이슨의 눈과는 달리 깨끗한 파란 색의 눈에 망울망울 눈물이 맺였을 때에는 망연자실해 있던 딕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쉬..쉬이. 뚝. 응? 울지 마...."

"우으...파아..파파..."

더듬더듬 제이슨을 부르듯 웅얼거리는 아이가 어색하지 않게 침대 가상이를 잡고 일어났다. 곱슬거리는 검은 단발이 하얀 얼굴을 감싸고 포슬포슬 흔들렸다. 차마 손도 대지 못 하고 우왕거리던 딕은 묘한 감동에 빠져버렸다. 조심히 닿은 손에 울망거리는 파란 눈이 똑 닮은 파란 눈과 마주친다.

쿨쩍- 콧물을 킁킁이는 소리와 함께 아이는 갸웃거렸다.

"..마마?"

"......어, 그건 아닌..."

"...마마-?"

그렁거리는 눈에 길게 빼는 목소리에 박힌 옅은 불안감과 기쁨에 딕은 침음을 삼켰다. 제이슨이 뭐라 말한 걸까? 아니, 말하기는 했을까? 파란 눈이 극박하고 긴장어렸던 상화에과는 달리 정처없이 흔들리다 다시 한 번 아마도 저를 칭해 부르는 여린 목소리의 '마마'에 탁하고  풀려버렸다.

"...응."

"마마-!!!"

말캉말캉 이제 쏟아지는 눈물로 침대 가까지 다가와 우는 얼굴이 정말 슬프게도 딕의 여린 이목구비와 함께 제이슨의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절묘히 섞여 귀여웠다. 딕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 하고 팔을 뻗는 아이를 어색하게 앉아 들었다. 익숙하게 뻗은 손이 어색하게 닿아온다.

"마마... 파파는?"

뚝뚝 흐르는 눈물을 문대며 거리낌없이 '마마'라고 불러오는 목소리가 익숙하다 했더니 저를 닮았구나 불현듯이 떠오르며 딕은 크흠 숨을 삼키며 제가 들어왔던 창가를 보았다가 이내 문을 보았다.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손이 앙증맞고 안긴 몸집이 너무나 작아 숨이 막혔다.

"잠깐..잠깐 어디갔단다. 응. 잠깐."

어색하게 떨리는 딕의 목소리에도 빵긋이 웃은 아이가 이내 눈물을 털어내고는 어물어물 말을 내뱉었다. 아직 나오는 단어가 어색하진 짧고 간단했다.

"마마.. 같이 있어? 파파랑?"

차닥차닥 물기어린 손이 딕의 여위어 날카로운 턱을 만지며 물어왔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아이의 스킨쉽에 딕은 눈가를 파르라니 떨다가 웃어보이며 속삭여주었다.

"그럼. 노력할게... 응."


노력 그 이상을 할게. 그리 속삭이는 딕의 음성을 들으며 울음에 지친 아이가 하품을 하며 옷자락을 부여잡고 눈을 감았다

딕의 품에서는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옅은 우유냄새와 단내가 다시금 풍겼다.


*


딕은 고민했다.

곤히 자는 막 24개월은 간신히 넘었을까 싶은 아이를 대리고 다니기에는 제이슨이 다니는 곳과 몸을 숨기는 장소 하나하나가 위험했다. 그러나 딕은 차마 아이를 놓을 수 없었다.

마치, 저와 제이슨을 간신히 잊는 각인의 끈 같아서 놓기라도 한다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어찌어찌 제이슨의 뒤를 꾸준히 아이를 데리고 쫒던 날들 중 하루였다.


딕의 품에 귀여운 토끼 옷을 입은 아이가 진지하게 딕의 볼을 만지고 있었다. 딕은 아이의 손에 볼을 내주고 눈으로는 제가 조사한 정보들을 훑었다. 요 근래 제이슨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지나다녔을 법한 CCTV의 흔적이나 수소문, 묶었던 불법 숙소들 등등...

"으음..."

"마마?"

하나 같이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곳 인근인 모습에 딕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아이와 떨어진 제이슨은 불안할 정도로 위치를 바꾸고 시시각각 뒷동네 인근을 쏘다니고 있었다. 마치, 그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가 선을 넘나들던 그 때로-


"-마마?"

토닥토닥 볼을 두드리는 고사리 손에 딕은 눈을 껌뻑이며 흐려진 시야를 다 잡았다.

어색하게 아이에게 웃어주며 아이를 끌어 안았다.

"제이슨을 데리러 갔다올게, 리틀 버드."

"우웅... 꼭 와아-"

이마에 붙이치는 입술에 간지러워하며 웅얼대는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딕은 눈을 껌뻑이는 아이에게 다시금 뽀뽀를 하며 잠시간 평온하게 아이의 이름을 고민했다.

훅-하고 창문을 통해 나가는 딕이 익숙한지 아니면 제이슨이 그랬던 건지 아이는 쉽게 품에 안겨 있다가 이내 빼꼼히 그 품에서 아래를 내려보다 보며 꺄륵거렸다. 딕은 난감하게 웃으며 뿌듯해했다. 턱-하니 내려온 제이슨이 다시 마련했었을 세이프 하우스에 들어온 딕이 아무도 없는 썰렁한 안에 한숨을 토하며 아이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다시금 뽀뽀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감기입니다."

"...네?"

"감기라고요."


의사의 진찰을 입을 뻐끔거린 딕이 아이를 보았다가 다시 의사를 보았다. 발갛게 달아올라 끙끙 거리는 아이는 매우 아파보였다.


"거, 그래도 꽤 튼튼한가봅니다."


아이의 옷차림을 보며 허허 웃은 의사가 아이용 약을 처방해주었다.


"...어.."


아이를 한 품에 끌어안고 다른 손에 처방받은 약을 들고 돌아온 딕은 황망하게 시선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아이와 딕에게는 제이슨이 필요했지만, 아이에게는 제이슨말고도 동시에 온전히 같이 있어줄 가족과 집이 필요했다.


잠시 아이를 간호하는 시간 새에 제이슨은 다시금 사라졋고 딕은 아이답지 않은 회복력을 자랑하며 일어나 웃는 아이를 보며 고민했다. 열에 들떠 앓는 동안 제이슨을 부르던 아이의 얼굴과 끙끙 식은땀과 울음을 토하던 얼굴의 제이슨이 겹쳤다.


"리틀 버드."

"...아우?"


냠냠 입에 한 껏 넣은 시리얼을 으깨던 아이가 말갛게 올려다 보았다.


"-할아버지 볼래?"

"...볼래!"


뭔지도 모르고 냉큼 말하는 아이에 딕은 몇 번 째인지 모를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


아이를 웨인 저에 맞기기로 마음 먹은 것과는 달리 딕은 영 시원치 않게 꿈지럭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아이를 재우고 돌아다니던 길거리에서 알싸하고 익숙한 오메가 향을 맞았다.

미묘하게 달라졌지만, 그건 분명한 제이슨의 페르몬이었다.

황급히 그 뒤를 쫒아 달려간 곳에서 딕은 다시 한 번 새파랗게 질렸다.


이제 제이슨만 데려오면 된다고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안일했다는 마냥 어느 새 다시 레드후드가 된 제이슨이 그 곳에 있었다. 빨간 헬멧 아래 찢겨진 옷 사이로 묽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고이로 흘린 것이라는 듯 코 끝을 스치던 페르몬이 순식간에 멀어지고 피비린내만이 풀풀 풍겼다.


"이제 그만 쫒아와, 그레이슨."


딱딱하게 부르는 성이 묵직하게 딕의 가슴 안에 올라왔다.

맞아지는 피비린내 사이에 간간히 섞여 있는 알파향이 방금 무슨 일이 있었을지 가늠이 되어 더더욱 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러다 이내 붉게 물들어 폭발할 것처럼 화가 났다.


왜? 왜 또 도망치는 걸까? 왜 다시 사라지려는 걸까? 왜 멀어지려는 걸까? 왜?

그런 의문이 후두둑 토해져 나오기도 전에 탕-하고 울린 총성이 발 아래에 박혔다. 딕의 눈이 내려간 곳에 정확히 발 바로 앞에 박힌 총알이 보였다.


"더 이상 신경쓰지 마."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꽤 갈라지고 잠겨 있었다.

재이슨이 무슨 생각인지 딕은 알 길이 없었다. 그냥... 그냥 뒤로 물러나 건물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제이슨을 잡고 싶은데 딱 거기까지라는 듯 박힌 총알을 너어 갈 수가 없었다.

시체 투성이의 골목에서 피비린내를 한 웅큼 맞은 딕은 투둑 떨어지는 비가 내릴 때에야 돌아갈 수 있었다.


"마마?"

"응, 리틀 버드."

"-어디 가?"


짐을 부스럭부스럭 챙기는 딕에게서 무엇을 느꼈는지 아이가 불안하게 물어왔다. 가방에 아이의 물건과 옷을 담던 딕이 멈칫 멈추더니 이내 아이를 돌아보지도 않고 딱딱하게 말했다.


"집. 집에 갈거야."

"하부지 집?"


아이의 물음에 답 없이 적은 짐을 챙겨든 딕이 굳은 얼굴을 애써 피며 돌아보았다.

어제 밤 제가 때린 제 얼굴 한 쪽이 시퍼랬다. 그 통증으로 흩어지려는 정신을 붙잡듯 다른 데로 가려는 정신을 다 잡은 딕이 아이를 안아들었다.


"그래, 웨인 저에 갈거야."

"..파파는?"

"데려올게."


쪽.하고 미아에 맞추는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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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리틀 버드."

"..?"

끄적끄적 딕이 한 쪽에 치워둔 신문에 낙서를 하던 아이가 고개를 발딱 들었다.

"...제이슨이 파파야?"

"웅!!"

"...왜?"

"파파는..웅... 잘 생겼으니까?"

딕은 신음을 삼켰다. 잠깐 차을 보던 딕은 묻고 싶지 않은 질문을 결국 물어봤다.

"...나는?"

"마마는 이뻐!!!!"


딕은 제 얼굴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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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저에게 마마라고 부르라 할 수 없던 제이슨은 어느 날 애가 어디서 들었는지 파파라고 하는 것을 놔두어 생긴 불상사입니다.


그랬다고 합니다.






...언젠가 퇴고 하겠...지?

중구난방이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