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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브루롭슨]손을 잡고-

알람런-8/19

루스님/파티/턱시도



[브루롭슨]손을 잡고-


제이슨이 막 로빈이 되기 위한 훈련을 끝마치던 어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씁쓸하면서도 몽롱한 담배따위는 생각나지 않을 만큼 어쩌면 빠르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그 시간이 아니었을까?


제이슨의 시선 안에 들어오는 화려한 파티는 상류층 특유의 질척거림보다는 보다 담백한 것을 골라 놓은 듯한 자선 파티였다. 특별히 한 낮에 골라 브루스와 알프레드가 엄선해 연 파티는 아직 춤이나 예의를 완벽하게 익히지 못 한 제이슨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적은 인원의 고위 인사들만이 홀을 채우고 있었다.

브루스에게는 평소보다 크고 호화롭지 않은 파티장이었지만 그렇다해도 제이슨에게는 난생 처음보는 호화롭기 그지없는 장소였다.


천장에서 산란하는 빛의 샹들리에와 벽 곳곳에 걸려 있는 조명에 아롱이는 명화들과 잘 차려입은 검고 흰 웨이터들이 분주하지 않게 자리를 차지하고 돌아다녔다.

그 속에서 가볍게 차려입었다고 하나 고급 향수와 질 좋기 그지없는 옷을 입은 다채로운 색의 사람들은 제이슨이 살던 골목의 더러운 짙은 색의 옷을 입고 다니던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 호화로움은 처음보는 이들에게는 주눅들게 만들기에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잘 아는 알프레드에게 신신당부를 들은 브루스는 천천히 제이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 브루스..."


어색하게 Sir이 뒤에 붙을락 말락 떠듬이는 말에 브루스가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을 띄며, 제이슨의 잡은 어깨를 살짝 쥐었다가 놓았다.

그 올라가는 미약하게 올라가는 입꼬리만으로도 제이슨은 어색하게 굳어 있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리처드처럼 브루스와 오래 있지 않았으나 반 년에 가깝게 그와 붙어 훈련을 하고, 골목길에서 길러온 비상한 눈썰미는 저 살풋 그어지는 웃음에 안정을 느꼈다.


저 웃음은 제이슨이 브루스가 설정한 모든 훈련을 마치고 해내었을 때, 부엌의 알프레드를 도와줄 때, 그리고 어제 잠시 브루스와 붙어 아주 잠깐 연습했던 잔잔한 왈츠에서 보아왔던 것이다.


오늘 잠깐의 파티를 위해 훈련을 마치고 할애한 시간이 샹들리에에서 부서지는 빛무리 속에 따뜻하게 떠오른다.


-뒤로 한 발.


엄격하고 까다로운 선생님은 브루스였다.

따뜻한 난로 속에서도 차갑게 들려오는 목소리인데도 제이슨은 귓가를 붉힐 수 밖에 없었다. 곰질거리는 손을 잡은 무겁고 큰 남자의 손이 달아오른 쇳덩이처럼 뜨겁다. 정신이 타오르는 불의 열기처럼 몽롱한데도 제이슨의 몸은 착실히 떨어지는 목소리에 맞춰 차분히 발을 맞춰 응접실의 카펫을 밟고 있었다.


단, 1시간 가량의 시간이었다.


훈련을 주를 이루는 시간들 속에 정말 몇 분 1도 되지않는 1시간 가량의 시간.

검은 턱시도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고 어색했다. 그러나, 제이슨의 눈 앞에 검은 턱시도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남자가 있어서... 어쩌면 그를 닮고 싶다는 마음에 더욱 그 시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에 제 어깨를 집은 다부진 손에 제이슨은 웃을 수 있었다.


1시간.


그 속에 있던 각잡힌 턱시도가 그림같이 잘 어울리는 남자가 익숙해져, 그리고 그 내미는 손이-


그 손을 잡을 수 있어서 제이슨은 이 어쩌면 자신한테는 이질적일지도 모르는 파티에서 웃을 수 있었다.







브루스는 제 하얀 장갑 위에 놓이는 손의 온기에 안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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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ㅁㅎ..이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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