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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제이슨]I'm sorry

해시 RT된 만큼 말하기

제이슨으로 미안해 12RT


*미안, 죄송 등 같은 의미가 담기는 단어 포함해서 했습니다.



BGM 마음짓기



[제이슨]I'm sorry


"죄송해요."


아주 어렸을 적에 아직 제 밥벌이를 못 했을 시절.. 아직은 한 참 나약했을 시절, 약했을 그 시절에 자주 내뱉던 말이었다. 제이슨은 어렸고, 그렇기에 작았고, 또 더욱 약했기에 그 시절에는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말이었다.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부족한 의식주들은 언제나 가난을 더하고 비참하게 만들기에는 최적이었다.


제이슨은 어렸고 작았고 약했다.


그래서 그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 뿐이었기에 아주 어렸을 적 앵벌이도 못 할 나이에는 꽤나 버릇처럼 입에 단 말이었다.


"미안해요, 엄마."


낡은 문 밖으로 여자의 울음섞인 소리와 남자의 험악한 소리가 파열음과 섞여서 제이슨의 발 끝에서부터 적셔올라왔다. 다른 또래들보다 작은 아이는 속살거리듯이 다시 '미안해요.'란 말을 내뱉으며 제 발을 뒤덥고 올라오는 크라임 앨리를 닮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제이슨이 한 6살 후반 쯤 되었을 때에는 이미 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어미와 허접한 범죄에 가담하기 시작하는 아비가 있었다. 그 때 쯤 제이슨은 혼자 나가 소매치기든 앵벌이든 쓰레기통을 뒤지든 홀로 서기를 시작하고 있었고, 그의 입에서 나오던 말은 소리없이 그림자 속에 가라앉았다.

아직 어린 제이슨이 생각하기에 그 말은 나약한 말이었기에 더더욱 가라앉았다.


제이슨이 다시 미안하단 말을 입에 담은 것은 그가 조금 더 나이가 든 후였다.

제이슨의 어미가 마약에 손을 대지 않고 좀 더.. 그래, 좀 더 멀끔한 정신일 때가 되면 제이슨에게 속살거리듯이 '엄마가 미안해-'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갔다고 좀 더, 더 큰 제이슨은 겨우 생각해내고는 했다. 그 말이 약한 말이 아니란 것을 그 때 제이슨은 조금 깨달은 건지도 모른다.

그 날은 제이슨이 경찰에게 잡혀온 날이었기에 좀 더 기억나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 날 제이슨의 어미는 다행스럽게도 멀쩡한 상태였었으니까-


생각이 꼬인다.

제이슨, 그러니까 이제는 어른이 된 제이슨 토드가 애써 묶인 손을 들어 헬멧 위를 덥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눈 앞이 흐릿하다.


"......."


좀 더 힘을 줘 눈을 껌뻑이자 환각마냥 노랗고 초록 색의 알록달록한 로빈 옷을 입은 로빈인 꼬마가 보였다.


기적은 잔인하고 찬란하다.

단 한 번도 올 것 같지 않기에 기적이고, 그 환상같은 달콤함이 비현실적이기에 기적이다.

제이슨 토드의 인생에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이 2번 있었고, 슬프게도 그 기적은 둘 다 비극과도 같았다.


적어도 제이슨은 그렇게 느꼈다.


어린 날의 저가 말한다.



"미안해요, 브루스."


추욱 처진 남자애는 조금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검은 코스튬의 배트맨이 나즈막한 한 숨을 쉰다. 그건 어쩐지 경찰들의 질린 포기와도 닮아서 빨간 아이 마스크 아래의 얼굴이 좀 더 질린 것 같았다.


배트맨은 모를 것이다.

저 말을 하는 아이의 심정을 십분지 1도 정확히 알지 못 할 것이다.


단지, 그 아이의 행동을 유추할 수 있었을 뿐.

그러나 그렇다해도-


"괜찮다, 제이슨."


잠시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나름 누그러트려 들린 다정한 목소리에 남자애, 로빈인 제이슨의 얼굴이 밝아졌다.


눈을 깜빡인 레드 후드가 어설프게 헬멧 아래로 웃었다.

그 때의 저는 너무 어려서 제 실수로 다친 브루스가 얼마 만큼의 상처를 다쳤는지 알지 못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검은 망토 아래에 숨은 붉은 피를 토해내는 상흔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이슨의 거친 가죽 자켓 아래로 붉은 피가 비현실적이리 만치 고였다.


"콜록- 하아..."


숨을 토하는 목이 조금 아프다.


"...미안해요, 브ㄹ"


중얼거리듯 토한 갈라진 목소리를 누가 들었는지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윙윙대는 머리는 급작스레 빠져나간 피로 인한 급성빈혈인지 헬멧이 반쯤 깨질 정도로 맞은 덕분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제이슨이 다시 헬멧 아래에서 눈을 감았다.

헬멧 바로 앞에 누군가의 구두가 잠깐 보였다. 그것의 연장선 마냥 눈꺼풀 아래로 흐릿하게 알프레드의 잘 닦인 반듯한 구두가 보인다. 그 날이다.


그 날, 제이슨은 배가 고팠다.

아직 넓은 저택에 채 익숙해지지 않은 제이슨은 종종 걸음으로 부엌을 찾았다.

익숙하지 않은 부엌에서 머뭇거리던 어린 제이슨이 부엌을 뒤지다 결국 접시..접시였던가?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접시였던 것 같다. 어린 제이슨이 무언가를 떨어뜨렸고, 언제 온 건지 모를 집사가 태연한 얼굴로 흠흠-소리를 내며 어린 제이슨을 보았다.


"어... 그게, 죄송해요, 알프레드."


당황한 작은 소년 앞에 집사는 말없이 무릎을 꿇고는 우선 소년의 발을 보았다. 그리고 옷을 보고 그리고 꼬물거리는 손을, 우물거리는 입을, 마지막으로 난처한듯 미안한듯 어색하게 눈치를 보는 어린 파란 눈을 보았다.


"다친데는 없습니까, 제이슨 도련님?"


마치, 그 뒤로 부서진.. 아아, 그래 그건 케이크였다. 케이크가 든 접시였다. 이제야 정확히 기억하기로는 브루스의 생일 케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집사는 그 무엇보다 이 작은 도련님의 안부를 물어왔다. 그것이 굉장히-


"미-안해..요, 알ㅍ.."

"-이거,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그러나 지금의 제이슨은 안다.

그 많고 많은 저택의 일이 밀렸는데도 다시 밤에 케이크를 만든 집사를.

마치, 그 케이크와는 다른 곳에 이었다는 듯이 완전히 다른 케이크를 말이다.


"처 먹인 약이 몇 개인데, 환각이라도 보나보지!"

"쯧- 이거 완전 맛이 갔는데?"


헬멧을 툭툭 총부리로 치는 울림에 제이슨은 다시금 눈을 떴다.

저 멀리? 아니 좀 더 가까이에 에엥거리는 고담에는 흔히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스왓 녀석들 정말 여기 안 오겠지?"

"바로 옆 코너 건물로 간 거 보면 모르겠냐? 완전 헛것 집은 거지, 멍청이들.."


시시덕거리는 남자들의 웅성거림 속에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잘난 얼굴이 두둥실 떠올랐다. 흐릿한 시야 속에 화려한 간판들의 빛이 이그러져 있었다. 하이라이트 같은 그 빛과 아주 잘 어울리는 남자다.

마치, 고담을 제 무대로 삼듯이 건물 사이를 날던 남자의 옆구리에는 어린 저가 끼어있었다.


"너무 무모하다니까, 로빈!!"

"닦쳐, 나이트윙!"


짜증어린 말에도 곤란한 표정만을 지었던 남자, 나이트윙 딕 그레이슨은 심하게 버둥거리는 제이슨에 저답지 않게 막 발에 닿은 베란다의 난간에서 미끄러졌다. 으각-하는 괴이한 신음과 함께 저보다 작은 로빈을 꼭 끌어안고 떨어진 딕이 다행히도 밑에 무더기로 쌓인 짐 위에 떨어진다.


"어...어어- 야, 괜찮아? 야, 야! 딕!"


당황스레 부르는 소리에 겨우 파묻힌 짐 위에서 얼굴을 들어올린 나이트윙이 꽤나 굳은 얼굴로 제이슨을 내려보다 한숨을 내뱉는다.

그 한숨에 저도 모르게 작아진 목소리로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그... 미안해."


그리고 딕이 어떻게 했더라? 에엥거리는 사이렌 소리가 더욱 멀어진다.


"푸핫! 괜찮아, 제이슨? 어디 다친데는 없고?"


숨길 수 없는 다정함이 섞인 음성이 웃음과 함께 섞여 나왔다. 어렸던 제이슨은 저를 놀리는 줄 알고 버럭 화를 내었다.


"-디익...."


바르작거리는 손 끝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긁었다.

그 다음 날 딕은 본 적 없는 상처를 등허리 쯤에 달고 있었다. 제이슨은 조금 숨이 막혔다. 마치, 우울증이라도 도는 듯이 감정이 급박하게 곤두박질 치다가도 우글거리듯 부풀어오른다.


"미안.ㅎ..."


까슬해지고 거칠게 잠긴 목소리가 헬멧을 채 빠져나가지 못 하고 돌아와 울린다. 제이슨의 눈에 고인 물기가 그제야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좀 더 맑게 게인 시야에 저가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흘러내린 눈물에 좀 더 깨끗해진 시야 안으로 배트 시그널을 띄우는 하얀 빛무리의 중간이 보였다. 아마 그 끝에 검은 하늘 위로 박쥐 모양을 수놓고 있을 것이다.


조커를 잡았던 날이 떠올랐다.

그 날의 브루스는 어떤 눈이었지? 저에게 달려오던 그 눈이 흐릿하게 떠올랐다가 다시금 가라앉는다.


"브ㄹ-스-"

"어..어이, 이거 너무 피를 많이 흘리는 거 아냐?"

"뭐? 이런 젠장. 보스가 살려서 끌고 오랬는데- 지혈제 가져와봐!!"


제 머리 맡, 손이 떨어져 내린 곳까리 흘러내린 피에 레드 로빈, 티모시 드레이크가 떠올랐다. 꽤나 심하게 대했지? 음.. 아닌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어쩐지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제이슨은 그저 입에서 토해내듯 웅얼거렸다.


"미아ㄴ해-"

"이 새끼, 쇼크오는 거 아냐?!"


당황섞인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날카롭다. 개짙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린다.

제이슨은 눈을 껌뻑였다. 데미안 웨인... 어라? 내가 그 꼬맹이한테 미안할 게 있던가? 점점 끊기는 생각이 짤막하게 끊기고 꼬인다.


추락하는 나이트윙, 피투성이의 로빈, 푹 숙인 배트맨, 커다란 저택 속의 알프레드, 텅 빈 방 안의 레드로빈, 마약에 빠진 어미, 저를 판 친모, 술에 빠진 아비, 마약상에 꼬인 어린 아이들, 그림자에 잠긴 크라임 앨리-----------



"---미안해요."


챙그랑-!!


두서없이 나열된 것들 중에 무엇인지도 모르고 미안하다 웅얼거리는 제이슨의 목소리가 파열되는 유리의 소리에 묻혔다.


"제이---"


총소리가 들렸고, 붉은 색 계열의 레드 애로우가 보인다.


"--미안."


웅얼거리듯 중얼거리는 소리 속에 스타 사파이어도 보였다.


"렛-후드--"


피를 너무 많이 흘리긴 했나보다.. 머리 한 켠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하얗게 샜다. 그리고-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끝으로 제이슨은 방금 전까지 본 환상같은 것들이 곁쳐지며 눈 앞이 컴컴해지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I..I'm sorry-"


시간을 짓밟고 어른이 된 남자의 뱉을 수 없는 사과가 속절없이 흩어지듯 난장판이 된 소란 속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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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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