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뜨거운 불길이 일었다.
그 불길은 아직 피지 못 한, 날아오르던, 달리기 시작하던 소년의 인생을 잘라내었다.
[브루제이]4월 26일
그것은 죄책감이다.
아마도- 그리고 분명히-
브루스 웨인이라는 남자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죄책감.
'제이슨 피터 토드'
손 하나 댈 수 없는 아이는 오롯이 찌는듯한 태양 빛 처럼 홀로 불살라 체 제가 손을 잡기도 전에 커버렸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때에는 브루스는 제이슨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감히 정의할 수 없었다. 아이는 너무나 당연하게 스스로 컸고, 자신의 손을 거절한다. 내민 손은 쳐내졌고, 거둔 손에 상처입는다.
마치,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박제해놓은 듯이 아이는 분노했고, 증오했으며, 비탄에 빠졌다.
브루스는 제가 내밀었던 손을 보았다.
그 손으로 아이가 내민 손을 쳐버렸다. 천하의 배트맨이 깨닿지 못 하고 아이를 추락시키고 만 것이다.
천천히 내리는 빗방울을 그대로 맞으며 브루스는 제 앞에 있는 무덤을 보았다.
둥그렇게 솓은 무덤의 비석은 단단하고 차갑기 그지없다.
마치 봄에 내린 잔인한 눈과 같이 제이슨의 삶에서 돌여내어진 시간이 어처구니 없이 뜨겁게 타들어가 손가락 사이사이로 녹아 증발된다.
조금의 방울도, 가루도, 흔적도 없이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고여 브루스의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제이슨-"
그 바닥에 고인 잔해를, 그리고 새롭게 다져진 성을 더듬기 위해 결국 브루스는 무릎을 꿇는다.
조심히 만진 무덤의 차가움이 올라온다.
마치-
제이슨이 앞에 있듯이 고해하듯 그의 이름을 부른다.
4월 26일.
오늘은 제이슨의 기일이었다.
더 이상 이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으나 제이슨은 그 날 제 손에서 사라진 것처럼 저 멀리에 있다.
'D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슨]그 아저씨 (0) | 2015.06.11 |
---|---|
[뱃가/뎀른]어린시절 (0) | 2015.05.06 |
[뱃할]밝은 낮(R19) (0) | 2015.04.19 |
[뎀른]내 나이, 그 나이 (0) | 2015.04.17 |
[브루슨]아침 운동(R19) (0) | 201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