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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전력

[슨른]케이크

2016.8.16-슨른 전력 4회-케이크 Happy Birthday, Jason.




제이슨에게 생일이란 평범한 그저그런 날의 어떤 이름을 가진 공휴일과 같다.

남들은 다들 공휴일이라 쉰다며 좋아하거나 쉴 날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제이슨은 그 날 하루 어제와 같이 어떻게 하루 굶지 않고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 하나 다르지 않은 나날과 여다르지 않은 날이다. 단지, 어쩌다 운이 좋으면 그의 부모나 누군가 적선하듯 건내는 동정 또는 옅은 온정 같은 것에 기댈 수 있는 그런 행운이 있을지도 모르는 날. 그러나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의 그것보다 못 한 날이 그의 생일이었다.


그게 바뀐 것은 그의 나이 14살의 급전적인 변혁이 일어난 이후였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하였는가 묻는다면, 제이슨은 체 퇴색된 기억을 들추기도 전에 인상을 찌푸려버릴 것이다. 그는 체 저의 생일에 대한 행복 또는 축복을 알기도 전에 16살이 되기 전 어느 날 싸늘한 죽음을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에는 탄생과 함께 죽음이 찍혀 얇은 종이로 그 흔적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제이슨의 생일이 14살의 어느 날을 기점으로 바뀐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 누구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는 그의 생일을 챙기려는 이들이 있다.

귀찮을  정도로 따라붙는 그들은 제이슨은 언젠가 저와 단절시켜버리고 싶어하기도 했다. 끝내 그러지 못 하였음에 제이슨은 고담을 떠도는 망령과와도 같이 떠돌고는 했다. 그들 외에도 그의 바로 옆에서 챙기려는 친구들이 생겼다. 제이슨은 그 억지스럽기도 한 챙김을 쓸모없게 생각했지만 성의가 갸륵하니 봐준다는 듯 보았다.

"오, Jay, Jaybird. 그런 표정짓지 말라고? 네 생일이잖아!!"

물론, 경쾌하고 일견 가볍기 그지 없는 목소리와 함께 딸려오는 흔히 말하는 생일빵은 그닥 반갑지 않았기에 제이슨은 거침없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손을 잡아 꺾었다. 꺽이는 손의 주인, 로이가 엄살부리듯 낑낑거리며 붉은 색의 스폰지에 하얀 생크림이 앉은 케이크를 들이밀었다. 붉은 케이크가 마치, 제이슨의 이명을 닮아있었다.

"오늘을 위해 특별히 쪽팔림을 무릅쓰고 유명한 디저트 가게에서 사왔다고, Jay!!"

낄낄거리며 웃으며 매달려오는 로이에 제이슨은 얼굴을 구기며 코리의 손에 들이밀어진 케이크를 뚤어져라 보았다. 하얀 색은 그와 어울리지 않다 생각했지만, 붉은 스폰지 위에 않은 생크림은 일견 귀엽고도 달콤해보였다. 느릿하게 제 턱을 긁은 제이슨이 연신 '자, 촛불을 꺼!'라고 강요하는 둘 사이에서 숨을 낮게 토해내었다.

유치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익숙지 않은 생일의 활달함에 펄럭이듯이 숨을 토해냈다. 키가 뒤죽박죽인 촛불이 거친 숨에 폭하니 사그라든다. 일견 메케한 그을음의 축소판과 같은 연기가 오르고 녹던 촛농들이 순식간에 굳는다. 거침없는 코리의 손에 부러지면서 빠진 촛대가 불상하게도 보였다.

그 모습이 웃겨 이상한 고깔모자를 로이와 기대어린 코리의 앞에서 웃고 만다.

"오, Jay, Jay! 기분이 좋은가봐! 역시 생일이란!!"

"-생일이란 좋은거야."

생일이 좋은지 그녀의 손에 들린 케이크가 좋은지 모를 코리를 보며 제이슨은 휘적휘적 어느 새 들려진 하얀 포크로 붉은 케이크의 첨단을 잘랐다. 입에 닿는 붉은 달콤함이 강렬했다.


"...Fuck."

강렬한 단맛에 케이크와는 맞지 않는 맥주를 따는 제이슨에 다시 한 번 로이가 배를 잡고 이상한 고깔모자를 쓴 체 웃어 넘어갔다. 혀에 맴도는 독한 달콤함이 제이슨은 짜증스레 로이에게 던지는 맥주캔과는 달리 그리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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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케이크 잔치인 것일까? 제이슨은 옛 생일과의 다른 점 하나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아웃로즈들에게 생일파티를 빙자한 놀자판 파티에 시달리고 온 제이슨은 아직 지나가지 않은 생일, 돌아온 세이프 하우스에 느껴지는 인기척에 총을 꺼내들기도 전에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이슨-!!"

총을 잡은 손이 멈칫하자 켜지는 불빛에 보이는 것은 예의 세이프 하우스 상습 습격범인 딕 그레이슨이었다. 딕의 밝은 미소와 함께 그 손 위에 들려진 케이크에 제이슨은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딕의 웃음 가득한 얼굴을 보았다.

"할 일이 그렇게 없냐."

시니컬한 말에 상처받을 법도 한데 딕은 한 귀로 흘리듯 케이크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이 꼭 어느 타마란인과 비슷하여 제이슨은 부지불식간에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심지어 들고 있는 케이크마저 비슷한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데코레이션이나 모습이 누가 만들었는지 쉬이 알 수 있었다. 고급스런 초콜릿 장식과 동시에 아기자기한 빨간 산수유들의 반짝임, 그리고 경정적으로 누군가의 우아한 필체로 적힌 'Happy Birthday'라는 문구는 필히 노년의 신사의 것이었다. 제이슨은 그 케이크를 보았다 딕을 보았다를 반복했다.

"제이, 설마 생일을 그냥 보내려고 그러는건 아니지-?"

울망울망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온 것 같은 푸르른 하늘색이 옅게 깔린 청안에 제이슨은 귀찮음을 쉬이 짐작하였다. 아, 그냥 넘어가기에는 힘들겠구나. 뭐 그런 거 말이다.

"누가 말하지 않던. 빌런이 쉬는 날이 어디있겠어?"

쥐고 있던 총을 다시 갈무리하며 시큰둥히 세이프 하우스에 마련된 방 안에 있을 무기들을 가지러 간 제이슨은 방문을 열자마자 몸을 굳히고 말았다. 어찌 자신이 이 세이프 하우스에 올지 알았는지 예상하면 소름돋을 일이나 열리는 문 안에 참으로 유치찬란 딕의 패션센스를 빼닮은 꾸밈된 방은 충분히 제이슨을 비틀거리게 하기에는 탁월했다.

"오늘 연차까지 내면서 준비했는데, 응?"

애교라도 부리듯이 케이크를 얼굴 위까지 올리며 눈을 울망이는 딕이 참으로 남이 보기 잔망스러워 넘어갔을 법 한데도 제이슨은 그보다 당한 정신적 충격에 얼굴을 문질렀다. 총천연색으로 꾸며진 방이 속을 울러이게 한다.

이건 마치, 로빈의 색동옷과도 비슷하지 않은가? 오, 이런. 제이슨은 얼굴을 문지르며 제 뒤를 쫄쫄 쫒아오는 딕을 무시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야..."

"Ham?"

"이건 또 뭐냐."

뒤를 돌아보며 묻는 제이슨에 딕의 시야에 냉장고가 잡혔다. 딕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냉장고에는 켜켜히 조각 케이크들이 종류별로 자리를 잡고 냉장고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제이슨은 딕의 반응에 다시금 냉장고를 보았다.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의 생일의 큰 변화는 케이크가 아닐까?

얇고 가늘졌지만 힘있는 필기의 쪽지가 보였다. 아, 제이슨은 제 얼굴을 두어번 쓸며 오전 어느 회사에 힘쓰고 있었을 젊은 웨인을 떠올렸다. 팀, 티모시 드레이크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추후 제이슨이 들어가는 세이프 하우스 마다 마련된 케이크 향현이 있었지만 이 만으로도  충분히 제이슨은 꽤나 제 생일이 그들에게 재미있는 이벤트인 것은 아닐런지 고민을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알프레드의 와인치즈 케잌은 맛있었다.


-----


징징거리는 나이트윙이 된 딕을 떼어놓으며 제이슨은 크라임 앨리를 활보했다.

익숙하고 익숙한 하루가 이제야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아니, 맴돈다고 생각할 때였다.

"야, 토드."

툭하니 그의 위로 어둠을 틈탄 울새가 내려왔다. 제이슨은 이 때까지도 평소와 같이 손으로 몇 사건을 꼽으며 근처에 있을 사건들을 생각해냈다. 데미안이 저에게 그 외의 용건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큼, 먹어라."

툭, 하고 건내지는 옅은 베이지색의 상자가 투박하게 흔들렸다. 제이슨은 저도 모르게 시계를 보고 있었다. 시계는 아직 채 그의 생일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때까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제이슨은 미심쩍게 데미안을 보았다. 사나운 성질의 울새가 파르라니 깃털을 털듯이 짜증을 부렸다.

"멍청한 토드. 이런 건 처음이냐?"

언뜻 뻐기는 것도 같은 아니, 분명 그 오만한 성정상 뻐긴다기보다는 안쓰러움이 섞였을 말투에 제이슨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고 데미안이 나오기 전 으뜸이었던 사나움을 파르르 떨기도 전에 그의 품에 억척스레 상자가 넘겨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한 마디 말도 듣지 않고 제 할 말을 끝낸 후 이어셋으로 들리는 사건을 향해 달려갔다.

"혼자 먹어. 멍청하게 뺏기지 말고-"

툴툴거리는 말투에 상자를 던지려고 했던 제이슨은 낡은 전등 사이로 사라지는 데미안을 보며 허탈히 상자를 털털 흔들어보았다. 뭔가 잘 고정되었는지 가벼운 무게가 손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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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롤을 포기하고 돌아온 제이슨은 한 번 더 냉장고의 케이크 축제를 보고 난 후 사온 맥주를 땄다. 안주로 찍어먹는 딸기로 장식된 무스케잌이 혀 위에서 녹아내린다. 짜기라도 했는지 받는 족족 입에 넣는 족족 붉은 케이크의 향현이 혀를 아릿하게 만들 정도였다. 작은 상자에 있는 만큼 그리 많은 양이 되지 않은 케이크가 단시간에 마모된 제이슨의 멘탈을 달래준다.

"미친...."

아무리 생각해도 저를 놀리는 것 같다 생각하며 손 안의 캔을 구긴 제이슨이 짜증스레 쇼파 위로 몸을 뉘였다. 쇼파 끝에 굴러다니는 붉은 헬멧이 미끄러지듯 바닥으로 떨어진다. 고담의 히어로라면 활동을 시작할 저녘의 시간에 몸을 뉘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서 제이슨은 어둑해지는 방과 창 밖이 어색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짙은 그림자가 스며들듯이 들어와 그의 헬멧을 집어들었을 때에는 제이슨은 적은 알콜의 힘을 빌려 옅은 잠을 붙이고 있었다. 제이슨은 제 머리 위의 어른거리는 익숙한 그림자에게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Happy Birthday, Jason."

낮고 진중하며 울림있는 목소리가 제이슨의 이마를 쓸듯이 흘러내려 사라진다. 제이슨이 퍼뜩 눈을 떴을 때는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새벽이었다. 그러나 제이슨은 제 얼굴을 다시금 두어 번 쓸고는 허탈히 중얼거렸다.


"망할 브루스."

손 밖으로 보이는 피부가 벌겠다.


눈을 뜬 제이슨은 언제 옮겨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언제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인지 알 수 없는 뜨뜻한 치킨 스튜와 고소한 베이글, 톡 쏘는 석류즙이 섞인 탄산수와 함께 까맣고 빨간 케이크를 보았다.

지나간 생일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귓가로 속살거리는 축하가 아직까지도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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