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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전력

[스터디]홀로 하는 여행

스터디 주제: 여행

bgm: 린킨파크 - Numb 피아노 버전



홀로 하는 여행


이마트에 가서 간식거리로 포테토칩과 음료를 쟁여 사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카롱 할인 이벤트를 하는 카폐에 들려 또 마카롱을 9개를 샀다. 봉지가 등에 맨 백팩이고 간식거리가 가득 들어찼다. 원래 들어있던 짐도 있어서 어깨가 아리게 묵직했다.

-탈칵

집으로 들어왔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 하나, 불빛 하나, 온기 하나 없었다.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아 햇빛이 들어오는데도 유독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기분은 묘하게 괜찮았다.

묵직하게 들린 봉지를 대충 부엌 식탁 위에 올리고 가방부터 방 안에 내려놓고 그 안에 든 간식거리를 간식창고 겸 찬 기가 드는 창가 아래 박스에 쌓아넣었다. 그 중 포테토칩 한 봉지, 마카롱 3개, 딸기 주스병을 꺼내고 이내 저녘으로 먹을 생각이었던 스파게티 소스를 꺼내 문득 오므라이스 생각이 났다. 옷을 갈아입고 시계를 보았다. 봉지에서 제과점에서 사온 쿠키 상자도 꺼내 한 쪽에 놔둔 후에야 세안을 했다. 척척해진 얼굴을 닦은 후 다시 봉지를 뒤졌다.

간식거리 중 유일하게 밥 대용으로 먹을만한 재료는 스파게티 소스와 베이컨 뿐이었다. 냉장고 안에는 몇 개 더 있을턴데도 꺼내 먹고 싶지가 않았다. 단지, 아침에 꺼내놓고 깜빡한 달걀 두 개만이 덩그러니 싱크대 위에 있었다.


후라이팬에 베이컨을 대충 자른 후 그 위에 밥을 쏟았다. 베이컨의 기름으로 밥을 볶다 중간에 기름을 조금 더 부어준 후 별 거 넣을 필요 없이 스파게티 소스를 쏟아 비비듯이 휘적였다. 후라이팬 안에서 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계란 두 개를 컵에 휘적거리며 멍하니 후라이팬 안을 지켜보았다. 둥근 접시를 꺼내 그 안에 밥을 쏟은 후 후라이팬 안을 닦지도 않고 달걀을 부었다. 넓게 퍼진 달걀의 아래가 익자 가운데에 치즈를 올리고 그 위로 접시 안의 밥을 엎었다.

"...아."

달걀로 덮을 수 없겠구나. 그제야 깨닫고 말았다.

접시에 다시 훌떡 후라이팬 뒤집어 엎었다. 접시 밖으로 달걀이 삐져나왔지만 모양은 꽤 그럭저럭 괜찮았다. 역시나 타긴 했지만...

슬쩍, 현관 쪽을 보았다. 집에 올 이가 없을 것을 알면서도 보게된다. 방으로 꺼내놓았던 쿠키와 컵 하나, 수저 하나를 달랑 들고 들어와 멍청하게도 문을 또 잠근다. 노트북이 꽉 들어찬 그리 크지 않은 앉은뱅이 책상에 그대로 접시를 올리고 컵을 내렸다가 불안불안한 모습에 결국 컵을 다시금 바닥에 내렸다. 컵에 주스를 한 가득 따르고 노트북을 키고 영화를 틀었다. 바깥에서는 유독 바람소리가 컸던 것 같다. 귀에 헤드셋을 끼고 난 후에는 들리지도 않았지만 그랬던 것 같다. 영화가 재생되자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났다.


오늘 나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 내 방으로.


누군가의 터치도 없고, 그 무엇의 방해도 없으며, 걸리적 거리는 장애물도 하나 없는 홀로 하는 여행.

타인과의 만남도 없는 그 누구도 모를 홀로 하는 여행을.







공미포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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