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C

[브루롭슨]배덕감

알람런

@shead12(루스님)/브루롭슨



배덕감


물감을 물에 떨어트려 풀어헤치듯 흐트러지는 감각이었다.


"......"


브루스가 본 소년은 몸이 지나치게 얇았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크라임 앨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들만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차라리 치기어린 소매치기들이나 한 방을 노리는 날파리 떼들이 나을 정도로 독기와 적절히 남은 분노만이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얇은 몸에 채 다 담을 수 없는 것을 소화해낸 소년은 배트맨이라는 남자와 만나, 브루스 웨인을 알고 그 정말로 소년이 되었다. 그리고 브루스 웨인은 그 소년을 잊고야 말았다.


"제이슨, 어떠니?"


꽤나 다정한 목소리와 억양으로 묻는 말에 노랑, 초록, 빨강의 원색 옷을 입은 로빈이 웃으며 좋다고 대답해서... 그래, 변명하자면 '괜찮아요!', '좋아요!' 그리 말하며 웃었던 소년의 모습에 안심한 걸지도 모른다.


그 '배트맨'이.


".......아."


눈을 감았다 황급히 뜬 브루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잠깐 존 선잠 속의 소년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소년의 옛적 입버릇 처럼 빌어먹을 정도로 선명하게 빛나서 브루스는 잠시 떴던 눈을 감아야만 했다.

초록 픽시 부츠에 노란 망토와 빨간 옷조차 넉넉했던 몸이 떠오른다.


고통스럽게 타오른 불 속에 함께 그을린 그 옷이 감았던 눈 사이로 유리관 안에 박제되어 있다.


자신의 실패, 실수, 실책.

그 모든 것 때문에 그 소년은 '희생'된 것이다.


브루스의 눈 안에 로빈 옷이 든 유리관 위로 얇고 매끈한 허벅지를 타고 내려서는 종아리가, 빨간 소매 아래로 얄팍하면서도 단단히 늘어지는 팔이, 그리고 노란 색 망토 위로.....


오, 제이슨-


브루스는 그 소년의 몸을 안다.

그리고 이제야 기억한다.


첫날 소년과 함께 보낸 밤 후 곧 바로 마주친 소년의 눈을.

금새 감추고 다른 감정에 이지러지듯 사라진 사라진 기묘한 배신감과 닮은 감정.


제이슨에 대한 감정은 그렇다.


마치, 맑은 물 위로 물감 떨어져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한 꺼풀 물 위에 제 색을 풀어낸다.

종래에는 물도, 물감도 그 전의 색으로 돌아갈 수 없으나 투명한 그 색을 온연히 풀어낸다.






익숙해지면 익숙해졌지,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


ㅎㅁㅎ....뭐래니.


'D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슨]휴가  (0) 2015.07.01
[로드숲슨]어디에 있더라도  (0) 2015.07.01
[숲슨]내 칫솔이 젖어있다.(R18)  (0) 2015.06.11
[숲슨]그 아저씨  (0) 2015.06.11
[뱃가/뎀른]어린시절  (0) 201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