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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가/뎀른]어린시절

블군ㅎwㅎ 2015. 5. 6. 01:13

5월5일 어린이 날

뱃가의 모든 이들과-

데미안 알 굴 웨인에게-







어린시절


브루스 웨인의 어린 시절은 유복했다.

그의 부모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부모님을 사랑했다.


서로가 나누는 풍족한 가족은 크고 거대한 저택을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머니는 상냥했고, 아버지는 다정했으며, 집사인 온화해 그 집에 있던 모든 사람들 사용인들 한 명 한 명 마저 친절했다.


브루스 웨인의 어린 시절은 화사한 봄 빛 파스텔 톤의 그라데이션이었다.


그만큼 반대급부도 컸다.


터져나가는 화약의 소리와 떨어지는 빗방울같은 진주의 울림, 파스텔 톤에 튀기는 어둑한 어둠과 짙은 검붉은 색은 영원히 그를 파스텔 톤의 세상에서 박탈시켰다.


만얀, 그가 다른 이들과 같이 평범한 어린아이였다면 좋았을 지도 모른다.

그의 곁에는 알프레드와 저택의 많은 이들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브루스 웨인]이었고 그는 박제되어 버린 제 어린 시절을 숭고히 묻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급작스럽게 끝을 고했고, 그는 배트맨이 되었다.



그런 그의 첫 로빈이었던 리차드 그레이슨의 어린 시절은 풍요롭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유복하고 다정다감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그가 있던 곳은 서커스단이었고, 아무리 유명했더라 해도 집이 없는 집시의 삶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리차드 그레이슨은 그의 가족, 그의 서커스단, 그의 환경을 사랑했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공중을 날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플라잉 그레이슨즈의 하늘은 화려한 원색이지만, 화려하게 빛추는 스포트 라이트 였다.


그런 그의 어린 시절의 끝은 기이하게도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것 중 공중 곡예였다.

그가 사랑한 곡예는 그를 사랑해주던 부모를 앗아갔다.


그게 설령, 누군가의 음모라 해도-


그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끝났다.

그보다 먼저 어린 시절이 절단나 버린 브루스 웨인은 그 소년의 손을 잡아주었고, 소년은 마치 계단을 오르듯 그가 되었고 계단을 올라섰을 때 그의 화려한 원색의 세상은 고담의 밤하늘 색으로 덧칠되었다.


그리고 그는 첫번째 보이윈더가 되었고, 디스코윙이이었고, 이제는 나이트윙이 되었다.



그런 그의 뒤를 따른 제이슨 토드는 웨인 가 어떤 이들보다도 척박한 시절을 지내왔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뿌연 담배연기와 비릿하게 피어오르는 마리화나, 그리고 어두운 원색으로 썩어들어가는 탄약내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진정한 어린 시절은 그렇게 어두운 폭력과 검은 약과 짙은 범죄의 틈바구니에 묻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이슨 토드는 그 고담의 뒷골목, 크라임 앨리에서도 끈질기게 피어나고 있었다.

작은 발이 내딛는 더러운 시멘트 바닥이 붙이치는 소리는 경쾌했고, 가끔 수입이 괜찮을 때에 기분좋게 웃는 웃음소리는 활발했으며, 골목길 사이 사이를 뛰어넘는 움직임은 발랄했다.


그의 세상은 어두웠어도 작은 별들이 뿌려진 것 처럼 연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브루스 웨인의 손을 잡고 갔던 그 거대한 저택에서는 더더욱 밝게 끝내는 맑은 진주알처럼 반짝였다.


그의 기억에서 가장 밝은 색감을 가진 적은 아마 그 쯔음이 아닐까-?

고담의 메캐한 연기가 뒤덮인 하늘 위로 배트 시그널과 무수한 별이 반짝이는 것 같은 펄지의 세상이었다.


그야말로 개구쟁이 처럼 뛰어놀았던 제이슨의 어린 시절의 종말은 어릿광대의 폭음이었다.


그의 더 어렸던 시절에 있던 악질적인 어둠이 폭발적으로 불아난 것 같은 광대에 의해 그의 밤하늘 같은 펄지는 끝에서부터 타들어가 그을린 색만을 남기고 어린 시절의 종말을 고했다.


배트맨의 두번째 보이원더였던 소년은 그렇게 태워져 뜯겨나가버리고 레드 후드가 되었다.



티모시 드레이크는 어느 면에서 보면 그 누구보다도 특출난 아이였다.

그는 제 스스로 빛나는 아이였다.


그러나 그러기 까지 그를 이해하고 받쳐주던 부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티모시는 그런 제 부모를 자식으로서 사랑했다. 그리고 그런 티모시를 그 드레이크 부부는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 했다.


티모시의 삶은 확고했다.

그가 보는 세계는 확고하게 정해질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극단적인 것이 아니었다.

티모시가 뛰기 시작한 삶은 마치, 콜라주와 마블링의 절묘한 어우러짐과 같았다. 여러 색과 다양한 사물들이 아무런 위화감없이 제 모습을 유지하며 소리를 치고 있었다.


티모시는 그 중의 제게 필요한 것들만을 뽑아서 펼쳐 보았다.

그 중에 가장 빛났던 것은 화려하게 빛나던 플라잉 그레이슨즈였고, 그것을 따라 가듯이 티모시의 눈은 어느 새 배트맨에게 향했다.


티모시는 확고한 아이였다.

어느 색이든 사물이든 올바른 모습으로 유지되어 있는 것처럼 그의 생각도 올바르게 유지되어 있었다.


그런 아이의 삶은 차근차근 그리고 순식간에 새빨간 물감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듯 덮어버렸다.


티모시의 어린 시절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에 이미 건너 지나가 있었다.


배트맨의 세번째 보이원더였던 소년은 그것들을 제가 짊어지듯 레드 로빈이 되었다.




웨인가의 네 남자들의 어린 시절은 그들이 손을 뻗기도 전에 무너지는 카드탑같이 얇고 하늘거리며 트라우마로, 애정으로, 상처로, 성장으로, 절망으로, 과거로, 추억으로 얇은 산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심코 '아이'를 보고 떠올리게 된다.

저와 닮은 외관, 공중을 거침없이 뛰어넘는 작은 곡예, 거칠고 사나운 성정, 놓아버린 가족, 노란 망토, 배트맨에 비해 한 참은 낮은 체구와 그들이 밟았던 그 고담에 있는 흑발, 벽안의 '아이'.



데미안.

데미안 알굴.

데미안 알굴 웨인.


브루스가 지나갔던 온화한 가정이 아닌,

리차드가 지냈던 반짝이는 생활이 아닌,

제이슨이 지나온 자유로운 선택이 아닌,

티모시가 지켰던 부드러운 삶이 아닌,


알굴 가를 나와 웨인이 된-


아직-

끝나지 않은, 지나오지 않은, 막이 내리지 않은-


'어린 데미안 웨인'.


배트맨의 네번째 보이 원더를 차지하고 자신만만하게 웃는 아이는 분명, 심술맞고 고집이 세고 오만하며 성격이 나쁘지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그들의 '막내'이다.


그 어린 시절이 지켜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