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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당신의 생일

블군ㅎwㅎ 2016. 4. 3. 00:17

두목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ㅎㅁㅎ)9

는 지났지만!!!


*아캄버스입니다.




[딕슨]당신의 생일


그 날은 딕의 생일이었다. 정확히는 그랬던 것 같다고 제이슨은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때 그 둘은 꽤나 취해있었고, 그것은 거의 불가항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니다. 아니, 어쩌면.... 제이슨은 눈가를 일그러트리며 고민하듯이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몰랐다.


*


아직 제이슨이 로빈이었을 적의 일이었다. 제이슨은 마약에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크라임 앨리 출신답게 담배는 옛적에 입에 물었으며, 술 또한 입에 대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부모의 전철을 밟고 싶지는 않았기에 어느 선을 확실히 지켰지만, 그래도 입에 아예 대보지도 못 한 것은 아니기에 그 맛을 알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그런 어중간한 이유들이 모여 생긴 사고였다.

아니, 사고였을 것이다.


그 날 딕은 상사에게 붙잡혀 늦게까지 고담에서 술자리에서 나오지도 못 하고 입에 들이부어지고 있었고, 쌀쌀한 날씨에 욕을 하며 유독 그 날 따라 몸을 대워줄 술이 떠오른 로빈의 불상사-였을 것이다. 딕이 비틀비틀 고담의 제 숙소로 가지 못 하고 경찰차 안에서 끙끙거리던 것을, 그것도 그 예의 상사가 안겨준 술을 차에 실은 채 끙끙거리던 것을 추위에 동동거리며 짜증을 내던 제이슨이 발견한 것은... 뭐, 이 정도 쯤 된다면 한 번쯤은 머리 위에 둥그런 물음표를 지을 법 했다. 그러나 어렸던 제이슨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사건은 흘러흘러 완성되었다.


"J~ay?"

"...미쳤어?!"

뻑- 빨개진 경차의 얼굴을 한대 친 제이슨이 씩씩거리며 주위를 보다 냉큼 따뜻하게 대워진 경찰차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보이는 따지 않은 몇 생일축하주란 이름의 술병을 발견했고....

그 다음은 제 주량을 모르던 로빈의 화이트 아웃----------


*


"후우~"

제이슨의 입 밖으로 그 날처럼 희뿌연 입김 같은 담배연기가 피어나왔다. 눈을 깜빡거리는 딕의 맹한 얼굴을 툭툭- 두드린 제이슨이 눈가를 얇게 떴다. 우웅-거리는 잘생긴 얼굴의 눈가가 붉었다. 바로 전에 술을 진탕마신 딕과 진득하게 구른 제이슨의 눈가가 멀쩡한 것에 비한다면 웃긴 일이었다.

하아-하고 벌려진 입에서 나오는 담배연기는 이제 총구 안에서 흐르는 화약 연기같았다. 얼굴에 닿은 연기에 콜록이는 빨간 코의 경찰을 다시 두드리듯 톡톡 친 제이슨이 허리를 폈다. 갖은 상처와 누군가들의 흔적이 남은 몸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꽃 피듯 피어있었다.

싸구려 술을 대었던 입 안이 독한 담배 맛에 더욱 써지는 것을 혀 끝으로 음미하며 제이슨은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상황은 똑같은데 오로지 당사자인 제이슨만이 달랐다. 그의 몸에 남은 울긋불긋한 흔적들과는 달리 제거 수술을 하지 않는 한 영원히 함께 할 상흔의 흔적들과 함께 훌쩍 자라버린 몸과... 불연듯 제 볼을 더듬은 제이슨이 다시금 훌쩍거리면서도 깨지 않는 딕을 내려다보았다.


절말로 취하기는 한 거야? 그렇게 내려다 보면서도 제이슨은 꽤나 덤덤히 딕을 내려다보았다. 제이슨은 이제 2번이 되는 딕과 함께 한 생일은 술과 함께 였다. 그리고 제 주량을 언제나 넘어버리는 술잔들... 전과 달리 꽤 쌩쌩한 정신에 기억을 더듬은 제이슨은 비식 웃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나이트 윙이 그 언제가처럼 술주정뱅이 흉내를 내며 얌전한 개처럼 제이슨을 기다린다. 나는 무해해요, 나는 지금 무력합니다,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요. 그런 메시지를 온 몸으로 내며 제가 필요하다고 술주정뱅이의 몹쓸 비틀거림을 보이며 그의 기척을 기다리는 것을 이번이 되어 알았다.




"멍청하긴..."

틱- 제이슨의 입에서 떠난 담배가 급격히 늘어난 제이슨의 주량에 못 미쳤던 잔 속에 쏙 하니 들어가 꺼져갔다. 알콜과 함께 섞인 독한 담배 냄새가 금새 방 안에 남은 술 냄새에 섞여 어지러워진다.

제이슨은 고개를 내려 그 언제가처럼 똑같이 내려다보며 마치, 그 날에서 시간이 멈춘 마냥 눈을 껌뻑였다.


소리없이 떨어진 입모양에 셍일 축하한다는 말이 조용히 떨어져 내려갔다.

닿은 입술은 예전과 달랐지만, 그 침묵어린 축하와 온기는 여전했다.


슬며시 감았던 눈을 파르르 떤 딕이 제이슨의 목을 잡아챘다.



그에게는 정말 최고의 선물이었다.